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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어 서로 빛나는 북 코디네이터 _이화정 지음_이비락

greensian 2019. 7. 31. 17:41




#방학
강릉에서 올라온 동생과 세살배기 조카가 집에서 1주일여간 머물다 어제 돌아갔고, 초등&얼집 방학이 맞물리는 시즌에 돌입한 이번 주. 퇴고할 숙제도, 글자 한톨도 들여다보지 못하다 보니 맘 속에 말 못한(그러나 내면에선 무지 시끄러운) 부스러기들이 쌓여갔다.

#책 #북코디네이터
벽을 뚫고 전해지는 옆라인 인테리어 공사 소음이 잠잠해진 틈을 타, 식탁 위에 올려둔 책을 펼쳤다. 진득하게 호젓하게 집중할 여력이 안되어 짬짬이 들여다 보며 종이 플래그로 체크만 간신히 해 두었던 책 <북 코디네이터> 지금은 말하자면 초벌 읽기 단계랄까.

잠깐이라도 손에 닿았던 책이 언급되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 공감포인트를 메모하고, 그냥 스쳐 지나갔던 책과 처음 알게된 책은 포스트잇에 빠르게 적어내려가며 책 면지에 불여두었다. 나중에 정리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기약없는 나중'이 되리란 걸 너무 잘 아니까.

7월 인디언 달력모임에서 이화정 작가님을 처음 뵈었다. 원랜 6월에 신청했다가 둘째가 구내염을 앓는 바람에 양해를 구하고 한 달 뒤로 참석을 미루었던 것.
책 <바다 사이 등대>를 읽고, 영화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보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개인적으론 그림책, 동화 깊이읽기 모임 외에 글책을 읽고 공유한 자리는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던 기억이 ... 편안하면서도 깊은 내면의 말들이 오고 가는 와중에도 지지와 격려의 토닥거림과,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부드러우면서도 밀도 있는 내공이 느껴졌다.

그 날, 곧 출간될 새 책에 그림책 모임과 관련해 도움이 될 이야깃거리가 그득하다는 힌트를 얻었다.
#소예책방 주인님 손길이 닿은 고운 포장지를 걷어내고 초록색 표지를 넘기자마자 책모임에 대한 페이지를 제일 먼저 찾아 읽었다. 그간 소홀했던 부분과 아쉬웠던 점들을 복기하며 팩트체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달까. 난 여전히 혼자하는 게 편하고 익숙하고 좋다. 그럼에도 애초부터 완벽이란 허상이니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결론을 지었고,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마음만을 깊이 들여다본다.

초벌읽기에 불과했는데도 색색깔의 플래그가 꽤 많이 붙었다. 두 아이의 여름방학 '특수(!)'를 누리는 와중에 틈틈이, 짬짬이 만난 <북 코디네이터>. 글쓰기, 엄마의 책상-의자-서재에 대한 공감 포인트가 많아서 감탄했고, <랩걸>에서 내가 미치도록 좋아했던 문장이 언급되어 반가웠고, <자기만의 방> <빨래하는 페미니즘> <쇼코의 미소><소년이 온다><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 만나서 반가운 책들과 문장, 시집, 좋아하는 그림책이 나올 때마다 작은 포스트잇에 메모하며 온갖 느낌표와 별표를 가득히 채웠다.

어느덧 옆라인 인테리어 공사 소음도 잠잠해진 늦은 오후. 다시 한번 장대비가 굵게 쏟아져 내렸다.
작가 서문을 다시 펼쳐본다. 혼자에서 함께 읽는 여정 그 어드메를 머무는 내게, 공감과 연대, 같이 성장하는 '우리'의 힘은 좀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끝까지 깊이 읽어보려 한다.


* 책 속에서 *

책의 인물들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어느덧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혼자 책을 읽는 사이 많은 글들이 내 안에 쌓여갔다. 이 책 덕분에 나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p.18)

책을 펼치는 순간 내 앞에 길이 놓인다. 철저히 혼자 걷는 나만의 길이다. (p.61)

독서모임은 자신에게 '가능성'을 선물하는 자리다. 자신만의 좁은 틀을 깰 기회, 책을 읽기 전의 나보다 조금씩 더 나은 나로 성장할 기회를 자신에게 주는 시간이다.
(p.73)

나만의 책상 나만의 공간에서 책과 머무는 시간은 가장 온전한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172)

축적의 힘을 믿는다. 탁월함은 한 번에 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 조금씩 애쓰는 동안 연마되는 기술이다. (p. 176)

누군가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소비만 하다가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바뀌는 경험은 매력적인 일이다.
(p.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