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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독립서점, 스트랜드 “잠시 문을 닫습니다”

greensian 2020. 3. 17. 11:27
스트랜드 인스타그램 3/16일자

 


뉴욕의 독립서점 스트랜드 피드를 볼 때면 생각나는 친구에게 최신 글을 공유했다. 3/16일을 기점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서다.

내용상 언어만 달라졌을 뿐. 2~3주 우리가 겪었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인스타로 소식을 받고 있는 책방 주인님들이 남긴 글의 맥락과도 비슷하다. 동료, 고객, 공동체의 안위를 살피고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이후의 상황에 대해 업데이트를 약속하는 글이다.

조회수도 호응하는 댓글도 상당하다. 최소 8주 권고지만, 첫 2주가 한 달, 두 달 되고 이러다 내년에 보겠다는 댓글에 스트랜드 서점은 이렇게 답했다. 경제 대공황, 전쟁, 911테러, 수차례 경제 위기에도 스트랜드 서점은 살아남았다고. 꼭 돌아올테니 걱정 말라고. 실제 1927년에 문을 열어 3대째 운영 중이다.

링크를 접한 친구는 촉이 좋은 그녀답게 ‘solace’를 콕 집었다.

“Be safe. And we hope you find solace in one of the books on your bookshelf.”

무사하길. 책장 속 책 한 권에서 위안을 찾기를 바란다는 마지막 문장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진다. 불과 2-3주 전, 손에서 휴대폰을 놓을 틈도 없이 내적 불안에 시달리던 그 때. 책을 펼치다가 집중 못하고 이것 저것 들추다 말았던. 감정도 오락가락, 주제도 중구난방, 이랬다 저랬다 당시 책 사진을 보면 안다. 얼마나 마음이 복작거렸는지. 심신의 안정을 찾아보려 얼마나 아둥바둥댔는지. 심지어 20대 중반에 봤던 소설까지 되짚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잠이 안오는 날이면 넷플릭스를 빙빙 배회하다가 현빈에 불시착, 결국 08년도로 돌아가 내 최애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까지 역주행하며 밤을 보내기도 했다. 예전에도 좋았지만 나이드니 대사가 더 좋아져서 대본집도 장바구니에 담기까지...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울, 뇌를 속일 정도의 달콤한 각성제가 필요했던 것일까. 한동안 놓치고 말았던 영화 드라마를 단시간에 섭렵하는 일도 녹록치 않았지만 배우라는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과몰입하며 탐독하는 시간이 또 어디있을까 싶기도 했던 얼기설기 복잡 다난했던 나날들.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일상은 익숙하고, 단조롭고, 단순하기 그지없다. 큰 변화도 자극도 새로움도 없이 마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불안의 잔 불씨들은 요소요소 남아 있다. 남편의 재택근무가 점점 익숙해질 무렵이 되니 슬슬 학교 개학이 걱정되고, 개학이 더 연기된다 한들 과연 모두가 완전히, 걱정 없이 안전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확답할 수 없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도, 하루치의 시간들은 어김없이 꼬박꼬박 지나간다. 뒤돌아보면 하루하루 성실히 일구어낸 사실(fact)들만이 남는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사실적인 실체가 ‘나’라는 자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감정이 아닌 사실이 나를 있게 한다고. 위기에서도, 눈 앞의 흔들림 속에서도 단단히 버틸 수 있는 힘. 그래서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는 내공이란 무엇일까.

스트랜드의 강인한 생존력을 입증하는 말에서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의 생명력을 느낀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죽지 않고 우린 살아 남았거든? 넘 걱정 마. 이번 일도 결국은 지나갈 일이고, 잘 지나갈거야. 부디 무사하길...’

더는 흐트러지지 않도록 마음도 몸도 중심을 바로 잡을 코어 근력을 기르는 수 밖에. 그저 하루치 주어진 시간 성실히, 내 자리에서 루틴을 다져가는 것만이 답이라면 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