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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초록초록

greensian 2020. 3. 23. 18:21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이리 볕이 따뜻한 봄이 온걸까.
햇살이 좋은 아이들이 벌써 집이냐며
남편이 운전해 타고 온 차에서 내리며
적잖이 아쉬워한다.

공원 한 바퀴 돌까?
말 한마디에 금세 총총 달리는 두 녀석.

초록이 새싹들도 고개를 많이 내밀었다. 집앞 벚꽃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며칠 전만해도 꽃샘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꿋꿋하게 시간을 견뎌냈다.

다행히도 단지 내 공원은 주말에 비해 북적이지 않는다. 아이들 마스크를 살짝 턱 밑으로 내려준다.
지금 이 시간만이라도 햇살 듬뿍, 시원한 공기
마음껏 먹으라고.

노오란 산수유꽃도 반짝반짝 빛난다.

 

바이러스가 장악한 침묵의 봄.
콧바람 잠시, 햇살 한 줌짜리 산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날. 이제 곧 있으면 4월이다. 꽃바람의 유혹은 어떻게 참아야 하려나.

불안과 침착의 경계 사이로 마음의 축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나만 그렇지 않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기도 하다.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추세에 촉각을 세우는 하루하루. 바깥에 거리를 두고 집안에 머물며 가족,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데 충실해진다. 오늘 뭐 먹지? 뭐 하지? 심플한 질문과 그에 대처하는 심플한 방식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잔잔한 리듬.

지금은 저녁 6시 19분.
저녁을 준비할 시간.

오늘 하루도 다 갔다.

p.s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체리토마토파이>
여름까지 다 읽고 써내려간 오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