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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수집 일기]

greensian 2021. 7. 2. 17:50





예약주문을 걸어두고, 혹시나 이사 후에 도착하면 어쩌나 걱정반 설렘반으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 이화정 작가님의 <아름다움 수집 일기>는 이사를 일주일 앞두고 내 손에 들어왔다.

소예책방지기님의 곱고 예쁜 감성이 묻어난 포장을 열고 나니 작업일지 예고편에서 본 버드나무 초록잎들이 내 두 손 안에서 나풀거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유영하는 가지의 선, 이파리들의 저마다 다른 움직임의 결... 윌리엄모리스의 패턴과 이 <아름다움 수집 일기>는 만날 운명이었던 걸까. 너무 예쁘고 아름다워 한참을 매만지며 들여다보았다.

대충 아무컵이나 집어들어 믹스 커피를 마시던 지난 날의 내가 보여 눈물이 차올랐다가, 첫 개시를 언제 어떻게 잘 할까 망설이며 주저하는 노트에 관한 구절도 내 얘기인가 공감했다가, 내 최애 메뉴 쌀국수 먹는 상상을 했다가, 코로나 시국 이후 화실로 향하던 발길도 뚝 끊었던 시간이 못내 아쉽고 그리워졌다. (여기까진 이사 전 후루룩 속독 모드)

이사 준비하며 그 난리통에 혹 책을 잃어버리거나 책이 다칠까 싶어서 좋아하는 책만 모아둔 아끼는 미니 책장안에 넣어두고 거실 책장 정리하며 1순위로 꺼내둔 책도 이 책이다. 1차적인 짐정리를 끝내고 하루치 영양제 챙기듯 마음이 가는 목차 하나 하나를 꺼내 꼭꼭 씹어 삼키며 슬로우 리딩 중이다. 책을 보고 나면 요즘 주춤했던 나만의 수집 열정에 ‘기름붓기’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세 남자 잠든 밤 이렇게 글메모를 하고 있는 것부터가 다시, 시작인 셈이다.

달력모임을 통해 처음 뵌 이화정 작가님은 일상의 안과 바깥을 참으로 부지런히 정성스레 가꾸는 분이다. 책 안에서 가능성을 찾고, 떠오르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부단히 애쓰고, 문장 속을 거니는 일을 그 누구보다 기꺼이 사랑한다. 기획안이 다 꾸려진 독서모임을 앞에 두고도 끊임없이 생각한다. 주제를 관통하는 무언가를 찾는 과정을 그는 ‘꿰어낸다’라고 표현하는데, 푸르른 책들의 숲이 있다면 이런 풍경이지 않을까. 이 책과 저 책, 이 문장과 저 문장, 이 글자와 저 글자 사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빈틈 곳곳에 생각 풍선말을 띄우고, 적재적소에 필요한 구름 다리를 잇고, 서로 만나면 좋을 활자들을 맺어줄 사다리도 놓아가며 독자들을 초대해 함께 그 숲을 더 풍성하게 가꾸어가는 정경 말이다.

<아름다움 수집 일기>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사색, 그 모든 면면에 녹아든 다채로운 사랑에 대한 에세이 스물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다. 찐(!) 진심이 고스란히 투영된 보석같은 목차부터 사랑이 방울방울... 잘 짜여진 한 편의 음악처럼 이야기는 ‘수집 미션’에서 숨을 고르다가 에필로그에서 절정에 이른다. 독자의 의미로운 변화에 사랑과 관심을 쏟는 작가답게, 앞서 걸어간 길 위에서 지금의 시간을 힘들어하는 후배 독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해 마지 않는다. <랩 걸>의 김희정 번역가님과의 만남이 이어진 스토리도 부러울 만큼 감동적이다.

‘내가 나를 향해 웃어주기 힘들었’던 요즘... 마지막 셀카가 언제였던가 기억도 흐릿하다. 거울 속 맨얼굴을 마주하다가 좌절하고 말았던 어제. 나를 다독이는 문장이 거기에 있었다. 마음을 먹이고 살리는 영양제가 여기에.

#아름다움수집일기
#이화정 #북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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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고 헷갈리는 나를 스스로 견디기 어려울 때, 내 사진을 들여다본다. 내가 좋아하는 나, 따뜻해 보이는 나, 삶을 긍정하고 나를 믿는 표정의 나를 열심히 찾아본다.

사진은 사랑의 다양한 버전이다. 사랑의 표정, 사랑의 몸짓,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의 빛깔, 사랑이 드리우는 그림자 같은 것. 사진을 볼 때마다 사랑이 내게 달려오던 순간의 기쁨을 되살린다.

p.70-71 ‘순간과 영원을 붙드는 사진’
<아름다움 수집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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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처럼 #천천히 #꼭꼭씹어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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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합니다 #좋아요 #함께읽어요

#랩걸의 씨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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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수집 미션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