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쉬운 핑계

greensian 2016. 6. 30. 15:45

 

 

언제부터일까.

메모가 멈추었다.

머리속에서 꿈틀꿈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온갖 생각의 언어들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냥

바빠

힘들어

괜찮아

그래도 생각중이야

꼭 그래야 할 필욘 없어

라고 갖가지 수려한 합리화의 말들을 늘어놓고

순간 순간 사진 찍어 꾹꾹 저장하기 바빴고 

그 순간에도 미쳐 날뛰며 퍼덕이는 나의 말들을

아주 쉽게 음소거 시켜버렸다.

 

멈춤은 왜 이리 쉬운지

한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지는 시간들

내가 나에게 말 걸고

조용할 날이 없는 시끄러운 작은 소리들.

아.. 그간 그 소리들에 ㅇ ㅣ끌려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니 벌써 해의 반이 지나갔다.

 

어떤 존재로 살고 싶은 거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니?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거니?

어떤 것을 꿈꾸고 있니?

 

그래, 꿈.

그... 꿈... 아직 유효하니?

 

완벽을 꿈꾸기 이전에

말도 안되더라도

미세한 먼지 티끌처럼 쓸 데 없이 느껴지더라도

한없이 작게 느껴지더라도

마주하고 다 토해내어야 한다.

들여다보고 들여다보고 계속 만나봐야 한다.

그 이야기가 무엇이든.

매일 내 머리속을 헤집어놓는 그 언젠가의 짜투리 기억들을.

그들을 끄집어 내어 글이라는 옷을 입혀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또 몰래 멈추고 도망가고 말걸. 

세상 아주 쉬운 핑계로 잔뜩 장식하고.

 

 

 

유월 삼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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