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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을 붙잡는 시간

greensian 2019. 11. 15.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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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다섯 살 꼬망을 붙잡고 말했다.
“내년에도 다섯 살 하자, 응?”
아이, “아 왜~ 싫어... 여섯 살 할거야!”
그러더니 다음 날 “엄마! 나 열 살 할래 응?!”
형아보다 한 번만이라도 형아가 되고 싶은 아우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말이다.

샴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홉 살 큰 아이와 다르게 둘째한테선 아직 머리에서, 손에서, 발에서 아기 냄새가 난다. 깊이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자꾸 큼큼- 거리는 밤. 지나 온 시간만큼, 아니 그 보다 더 빨리 자라나는 아이의 밤과 낮. 힘들다고 여겨졌던 때를 돌이켜보다 문득 아릿해져 온다.

*



나, 사랑하는 마음, 지키지 못한 다짐과 약속, 안전한 선택 속에 방황하는 꿈, 총명함, 다신 돌아오지 않는 시간, 애쓰는 마음, 애틋함, 아끼는 마음, 감탄하기...

이화정 작가님의 달력모임에 온 분들의 이야기 전부가 신기하게도 내가 붙들고 싶은 것이었다.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걸 그저 방치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끄집어내어 계속 군불을 지펴줘야지. 그래서 오늘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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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냄새, 반짝이는 순간순간, 영감의 시간들을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또 다짐하고 다짐해도 붙잡지 않으면 곧 사라져버릴 것을 안다. 아무리 생각하고 폰 메모장에 구구절절 무언가를 끄적거려도, 종이 위에 새겨진 시간의 온기는 그 무엇으로도 담아둘 수 없을 테니까.

아이들 재우고 나서 함께 지쳐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체력을 좀 더 붙들어야지.
집중할 시간 모자란다고 끼니를 넘기며 홀대한 나 자신에게 미안해하자. 좋아하는 그 무엇이든간에 하고 싶다면 건강부터 생각하자.
지금 지키고 있는 루틴을 유지하면서도, 종이 위에 끄적이며 나에게 말걸기 계속 해 주기.
그 외 더 많지만, 생각만 하다 놓치지 말고 주저말고 곧장 행동할 것.

p.s / 오늘 일기 씀! 미션 클리어.
(어묵의 맛에 홀딱 빠진, 아직 아기냄새 나는 너를 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