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만 큰 세상, 그림책 유년시절, 나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는 상가 뒤편에 자리한 너른 주차장 공터가 전부였다. 삼삼오오 모이면 고무줄넘기를 하고 뛰어놀고, 붉은 벽돌을 갈고 갈아서 소꿉놀이에 고춧가루 양념으로 쓰고, 어느 날엔 누군가 교회에서 연극이란 걸 배워 와 한 사람씩 역할을 맡아 아무 말 대잔치에 버금가는 상황극을 벌이다가 어둑어둑 해가 지면 엄마의 부름에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빨간 대야 한가득 담긴 미지근한 물에 손을 담가 비누로 빡빡 씻은 물을 보면 그날 하루 얼마나 땀을 빼고 영혼을 다 바쳐 놀았는지 알 수 있었다. 심심한 게 뭔지 몰랐던 시절의 일이다. 콘크리트 맨땅의 거친 흙바닥 한쪽 구석에는 봄에 씨앗을 뿌린 자리에 봉숭아꽃, 붓꽃이 자라나 여름엔 앙증맞은 손톱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