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2

어느덧 10년

어제는 엄마께서 거의 10년을 근무한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하윤이 태어나고 1년을 봐주신 뒤 준비해서 들어간 직장이다. 평생 자영업만 하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올해로 열 살이 된 하윤 나이만큼 경력을 일구어 내셨다. 당시 나는 아이 돌을 치르고 나서 일을 계속하고 싶어 엄마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엄마의 선긋기는 확실했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할머니가 키우면 모지리 된다.” 조부모 양육에 대한 비하 발언도 아니고, 엄마께서 자신없다 말하던 것도 아니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에둘러 말씀하신 것이다. 선을 넘으려던 나는 머쓱해짐과 동시에 엄마의 의지가 확고함을 알고 인정했다. 엄마에게도 소셜 라이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이 병들고 기억마저 흐릿해진 어른을 돌보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엄..

mono + log 2020.07.01

엄마 까투리

​ 엄마 까투리 권정생 글 | 김세현 그림 | 낮은산(2008) ⠀⠀⠀ * 꿩 병아리들은 그래도 뿔뿔이 흩어져 모이를 주워 먹다가는 밤이면 앙상한 엄마 까투리 곁으로 모여들어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보듬고 잠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앉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 주고 있었습니다. * ⠀⠀⠀ 이번주 어버이날 아침, 리딩맘 시간에 들고간 책. 늦게 등교한 아이들이 자리에 앉는 사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점점 차분해지고 엄마 까투리와 꿩 병아리의 이야기에 차츰 빠져드는 몰입감이 극에 다다랐다. "(산불때문에) 고기가 되는 거에요? "안돼..." "어떻게..." 여러 반응 속에 한 아이의 마지막 말 한마디가 내 맘속에 깊이 가라앉았다. "병아..

book. paper + log 2019.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