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끄적이는 메모용 얇은 노트는 있지만 일정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기록하고 관리하는 개념의 다이어리는 잊은지 오래된 것 같다. 일상에, 시간에, 상황에 쫓겨 폰을 켜고 메모장에 기록하고, 일정 기능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빠르고 편리하니까. 그런 습관때문인지 언젠가부터 펜을 들고 종이 위에 적을 때,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얕은 손떨림은 물론 글씨가 제대로(바르고 예쁘게) 써지지가 않는 것이다. 땀이 나고 맥박이 빨라지며 두근거리는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서 원래의 익숙한 필체는 없어지고, 낯설고 이상한 흘림체를 마주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를테면 소아과 접수대에서도 고작 아이 이름 세 글자를 쓰는데도 손은 머뭇거리고, 동화수업 말미에 글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