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민음사(2003)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 애였다. (p.7, 도깨비 우편함 중에서) 아니다, 밤 때문이다.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듯. 내 머릿속 ‘여름밤’ 폴더에는 이런 밤에 대한 파일이 몇 개나 저장돼 있다. 어렸을 적, 셋이서 하염없이 걸었던 밤과 비슷한 자리에, 오늘 밤 역시 저장될 것이다. (p.84 , 밤 중에서) “마리아, 먼저 간다!” 라고 외치고는 철썩이는 파도 속으로 달려갔다. 팔꿈치에서 손 모양까지, 나와 너무 닮은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역시 저 사람은 틀림없는 나의 아버지라고, 선 크림을 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