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받아놓았던 책 소개 잡지를 오늘에서야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었다. 이따금씩 연필로 밑줄을 그어 가면서... 아, 그래 이 맛이었구나. 연필 끝이 종이 위에 맞닿아 내는 회색 소리를 듣는 맛. 언어 한자 한자 담고 싶어 줄이라도 그어보며 글맛을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이 주는 즐거움. 한동안 도서관에서 잠시 빌려온 책을 보느라 밑줄 그어가며 읽는 맛을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책에 끼적일 수 있는 자유는 온전히 내가 소유한 책으로만 누릴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며... 친정에 묵혀둔 책장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운 책들도 집으로 가져와서 한 짐인데, 갖고 싶은 책이 자꾸만 늘어만 간다. 잡지에 새로 소개된 책 중에 만나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내 소유의 책들 중에 아직 끝을 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