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의 끝은 왜 이렇게 헛헛한지 겨울이 너무 성큼 다가온 탓일까 아직 준비가 덜 된 몸은 바로 표시가 난다. 아이 코 끝엔 옅은 이슬이 맺히고 뼛 속 깊이 훅 들어오는 찬 바람이 앙칼지고 매섭다. 초가을의 설렘은 간 데 없고 늦가을의 엔딩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폭풍의 언덕 위에 부는 바람이 그랬을까. 먹구름 가득 이고서 심술 가득 불어대는 먹먹한 바람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도 않고 눈치없이 살갗을 파고든다. 월동 준비랄 것도 할 것 없이 세 계절 동안 옷 장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잠자던 패딩 점퍼를 꺼내고 얼얼한 손 끝을 감싸 안아 줄 가죽 장갑도 꺼내고 가을 내내 멋부렸던 스카프는 안녕, 포근한 캐시미어 머플러를 두른다. 크리스마스가 만 한달 남았으니 이제 캐롤을 좀 들어볼까 하다가 이런 날씨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