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엄마께서 거의 10년을 근무한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하윤이 태어나고 1년을 봐주신 뒤 준비해서 들어간 직장이다. 평생 자영업만 하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올해로 열 살이 된 하윤 나이만큼 경력을 일구어 내셨다.
당시 나는 아이 돌을 치르고 나서 일을 계속하고 싶어 엄마 눈치를 살피곤 했는데 엄마의 선긋기는 확실했다.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할머니가 키우면 모지리 된다.” 조부모 양육에 대한 비하 발언도 아니고, 엄마께서 자신없다 말하던 것도 아니었다. 부모로서의 책임을 에둘러 말씀하신 것이다. 선을 넘으려던 나는 머쓱해짐과 동시에 엄마의 의지가 확고함을 알고 인정했다. 엄마에게도 소셜 라이프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이 병들고 기억마저 흐릿해진 어른을 돌보는 일은 녹록치 않았다. 엄마보다 젊고 체력도 좋은 장정들도 쉬이 포기하는 일이었다. 응급처치 교육과 실습은 필수였고 PC로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일도 엄마에겐 익숙할리 없었다. 연차가 더해질수록 경험치가 쌓이고 능숙해졌다. 어느 날엔 위급해진 어르신에게 구급차가 오기전까지 동료분과 함께 교대로 침상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했고, 또 어느 날엔 소리소문 없이 시장상을 받아오셨다. 워크샵 전날에는 왜 그리 들떠 계시던지, 힘은 들어도 동료와 커피 한 잔, 맥주 한 컵 나누며 수다 떨면 그만이라고. 어느새 엄마는 동료분들이 더 의지하고 기대는 베테랑이 되었다.
애정하는 꽃집에 예약 주문을 했다. 10년을 근무한 직장에서의 마지막을 보낸 엄마께 드리는 선물. 나름 꽃모닝 서프라이즈를 기획했으나, 하필 배송 타이밍에 밖에 잠깐 나와 계신다는 엄마. 오전 중엔 집에 계시라고 살짝 당부했는데...
누가 오냐, 뭐가 오냐, 뭔 일이냐 반복되는 질문에
결국 엄마한테 짜증 버럭 내고 전화를 다급히 끊고 말았다. 옆에서 통화를 듣던 하윤이 하는 말. 할머니 탐정같아 ㅋ
아무쪼록 엄마의 7월 첫날이 헛헛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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