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등교, 등원을 마친 오늘 아침. 정확히 네 달만에 맞는 나홀로 타임은 어딘가 어색하기만 하고. 점심 지나면 1호님 복귀하니 여유도 잠시다.
커피를 내려 얼음 가득 넣은 잔에 담아 들고 거실 책상 앞에 철퍼덕 앉고는 며칠 고민하던 꽃 예약 주문을 마쳤다. 거의 10년을 일한 직장에서 아름다운 이별을 앞둔 엄마께 드릴 선물이다. 퇴근 시간 즈음엔 장맛비가 쏟아질 것 같고 편히 집에서 받으시는게 좋을 듯 하여 내일 아침으로 하루 늦추고, 꽃집 사장님께 메시지 픽도 함께 부탁드렸다.
너무도 오랜만에 애들 책 아닌 내 책(!)을 꺼내들어 책장을 넘기는데 낱낱의 글자들이 공중부양하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머리속에 딴 생각들만 자꾸 차올라 결국 책장을 덮고 말았다. 노트를 펼쳐보니 필사도 3개월 전을 끝으로 잠들어 있었다.
하긴, 이 곳도 간만의 외출이니...
마음의 무기력함이 글의 무기력함이 된다던 메리 올리버의 글귀에 멍... 포스트 코로나 이후 일상을 잠식한 건 그래, 마음의 무기력함이었구나. 오늘에서야 적확한 단어를 찾았다. 집과 공원을 벗어나지 못하는 제한된 동선도 한 몫 할테고, 햇빛 한줌 볼 수 없는 장마전선도. 시간이 갈수록 자꾸 나의 한계를 탓하고 지적하는 반쪽짜리 자아와의 싸움에서 질 것 같아 불안이 커져만 간다.
텅 빈 마음만이 들어찬 여름 장마. 2020년 6월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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