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이사 보탄 야스요시 글 • 그림 | 문학과지성사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하지만 잘 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절대 범접 불가한 신의 영역이다. 손댈 수 없으니,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니, 꿈꿀 수 있으니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한달 전쯤, 친정 오랜동안 묵혀있던 내 짐을 완벽히 처리할 기회가 있었다. 버릴 짐을 솎아내도 버리지 못하는 짐이 더 많았다. 책장 가득 채운 책도 다 정리하지 못해 결국은 우리 집으로 그대로 싸 안고 왔다. 20년도 더 지난 내 어릴 적 피아노와 함께...... 특히나 손때 묻은 것들, 이야기와 시간이 고스란히 깃든 물건이라면 더 그렇다. 어릴적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와 엽서, 쪽지는 물론 유년시절의 일기부터 대학시절 다이어리, 사회생활 하는 동안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