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2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어딘가 닮아 있는 두 장의 사진. 시간순으로는 두 번째 사진이 먼저다. 기억이 맞다면, 강릉에서 온 동생과 조카가 집에서 며칠 묵다 떠나고 조용해진 어느날, 책 반납하고 도서관을 나서던 오후의 하늘이다. 그러고 나서 며칠 뒤, 중고 서점에서 눈에 들어온 책. 별그램 피드에서 자주 보아서 표지는 익숙하지만 연이 닿지 않았는데 어쩐지 이번에는 묘한 기시감이 들었던…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장마 가운데 만난 숲 속의 여름 별장의 여운이 꽤 오래 갈 듯하다. 무엇보다 여름방학 전 완독(!)을 자축하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마쓰이에 마사시 | 김춘미 옮김 | 비채 (김영사) * 비는 한 시간 남짓해서 그쳤다. 유리창을 열자 서늘하고 축축한 공기가 흘러 나왔다. 비에 씻긴 초록에서 솟구치는 냄새. 서쪽 ..

book. paper + log 2023.08.08

[티티새] 눈부신 여름날, 바다, 그리고

[티티새] 요시모토 바나나, 김난주 옮김, 민음사(2003) 츠구미는 정말이지, 밉살스러운 여자 애였다. (p.7, 도깨비 우편함 중에서) 아니다, 밤 때문이다. 그렇게 공기가 맑은 밤이면, 사람은 자기 속내를 얘기하고 만다.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멀리서 빛나는 별에게 말을 걸듯. 내 머릿속 ‘여름밤’ 폴더에는 이런 밤에 대한 파일이 몇 개나 저장돼 있다. 어렸을 적, 셋이서 하염없이 걸었던 밤과 비슷한 자리에, 오늘 밤 역시 저장될 것이다. (p.84 , 밤 중에서) “마리아, 먼저 간다!” 라고 외치고는 철썩이는 파도 속으로 달려갔다. 팔꿈치에서 손 모양까지, 나와 너무 닮은 모습을 보고는 갑자기 가슴이 뭉클했다. 역시 저 사람은 틀림없는 나의 아버지라고, 선 크림을 바르..

book. paper + log 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