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log

노랑 + 봄

greensian 2016. 3. 30. 13:08



"한 단 얼마예요?"
참으로 무의미한,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입에서 이 한마디가 툭 내뱉어지자마자 후회가 들었다.
그러고는 다시 마음을 접기 시작했다.
얼마거나 말거나 마음은 이미 그 곳에 머물렀는데
왜 그렇게 선뜻 내 품으로 가져올 수 없었을까.
대체
그 꽃가게 앞을 몇 번이나 서성인건지.
그러고 2주가 흘렀다.

...


오늘도 하원이 잠든 시간 윰차를 끌고 동네 카페로 출첵.
드라이로 바짝 말린 머리는 내 의지와는 달리
몹시도 지랄맞게 불어대는 바람에 휘몰아쳐 스타일 구겨긴지 꽤 오래.
꽃샘추위의 시샘은 이미 알 만큼 다 알고 있지만
알알의 봄꽃을 품고도 그걸 새까맣게 잊은 듯 
변덕을 부리는 맘씨는 참 적응이 안 되지 싶다. 

따뜻했던 커피잔이 온기를 잃고
잎사귀 라떼아트가 점점 희미해질 무렵
고요했던 카페는 어느새 이야기소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예전 글을 뒤적여 보면서도 내 머리속은 
 데려오지 못한 프리지아가 빙빙 맴돌았다.
마침 아이에게 꽃 이름을 처음 알려주던 날 하윤의 말이 떠올랐다.

"이름이 이상한 거 같은데~?
노랑꽃인거 같은데..."

그래. 프리지아 is 뭔들.
그냥 노랑이면 노랑이지
그냥 내 맘 움직이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면 그만인 걸. 그게 뭐라고-

카페 안, 클라이막스를 향해가는 웃음과 이야기 보따리 풀기의 향연이 고조될 무렵,
더 늦으면 안될지도 모른다는 알람이 감지되었다.

한 두 모금 남은 라떼를 호로록 들이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목표지점은 지하철 역 앞, 노부부의 꽃가게.

알레그로-프레스토-비바체....
짖꿎은 바람이 망쳐버린 머리 따위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내 발걸음은 생기가득 빠르게 빠르게-
아기 하원은 동요없이 여전히 꿀낮잠 중.
아름다운 합이다. 이대로 집 갈 때까지 코 자렴~

조금의 지체없이 그리고 미련없이
"두 단 주세요"
그렇게 성큼 프리지아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오래 이 노랑 별들을 지켜줄 수 있지 잘 모르겠지만
그저 지금은 내 안에서 작동하는 이기심보다
송글송글 맺힌 꽃송이가 주는 설렘을 즐겨야겠다.   


p.s
냉장고엔 친구가 선물해 준 꿀 사과는 이제 없다. 과일 쇼핑 경보 작동..
마침 아파트 단지 안에 장이 섰다.
하원 깨기 전에 후다닥 집어들고 계산을 마치고 귀가.
그런데 웬걸. 다 노랑이다.
바나나와 오렌지.
거기에 노랗게 바삭 튀겨진 치킨돈까스까지.... 
 내 마음에 봄이, 아니 노랑이 고팠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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