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급성 편도선염 인후염 몸살에 이어
금주 들어서는 목소리를 잃었다.
몸살 땐 영양제의 힘을 빌려 반짝 기운을 얻었는데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내 목소리는 어떻게 찾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비인후과를 찾으니 광복절 연휴끼고 휴가...
마침 친정집 냉장고에 잘 말려진 오미자가 있어
내 사랑 오미자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 내 목소리를 돌려줘.
오미자를 향한 내 사랑은 임신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목 안에 커다란 혹이 자란 듯 목감기 때문에 목넘김도 힘겨운 데다
임신 중이라 아기에게 해가 될까봐 약 먹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병원에선 임신 중 먹어도 되는 약을 처방해 주었지만
무언가 찜찜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민간 요법은 없는 것인가 폭풍 검색 끝에 발견한 엄청난 사실!
오미자를 우려내어 물을 마시면 그렇게 효과가 좋다는 것.
목마른 사슴과도 같은 나로서는 임산부들의 경험담이 그렇게 쏙쏙 귀에 들어올 수 없었다.
게다가 방법도 너무 쉬웠다.
잘 말려진 오미자를 깨끗하게 씻어서
차가운 물에 8-12시간 정도 넣어놓으면 자연스레 선홍빛이 우러나온다.
자기 전 생수 한 통에 오미자를 퐁당 담궈 놓으면
아침에 신비스런 묘약이 되어 있는 것.
맛이 좀 시다 싶으면 꿀 한 스푼 넣어 마시면 딱 좋다.
그렇게 하루 정도 물 마시듯 계속 마셔주니 목감기는 어느덧 안녕...
엄마에게 오미자를 좀 얻어왔다. 그리고 오미자를 물에 퐁당-
내 목소리를 돌려줘, 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쉰 쇳소리만 맴돌었던 저녁.
선홍빛 고운 빛깔이 우려지는 동안 내 목구멍은 참으로 깜깜 기나긴 서러운 밤이다.
그리고 아침.
오미자 물을 우려내어 먹은 지 반 나절 만에 목넘김이 훨씬 수월하다.
칼칼하고 따끔했던 것도 가라앉고 슬슬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 제 목소리는 아니지만, 오후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전화통화도 했다.
남편과 이야기도 나누고 아이에게 동화책도 읽어주었다. 큼큼거리지 않고...
이틀째 되는 오늘 아침. 90프로정도 회복된 것 같다.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다면 정신까지 몽롱했을 텐데
열대야때문에 잠을 조금 뒤척인 것 빼고는 머리도 맑다.
커피보다 오미자차를 더 많이 마신 한 주.
내 목소리가 돌아왔다.
럽럽럽 오미자.
- 오미자의 과육은 단맛과 신맛을, 씨앗은 매운맛과 쓴맛을, 전초(식물 전체를 의미)는 짠맛을 내서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열매, 오미자라고 한다. 찬물에 우려서 음료로 즐겨 마시는 오미자는 사과산, 시트르산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오미 중 신맛이 가장 강하다.
- 심장을 강하게 해 혈압조절에 도움을 주며 폐 기능을 강하게 해 기침이나 기관지염에 효과적이다. 감기와 비염에도 굿.
- 물 우려내기 : 체에 밭쳐 물에 여러 번 헹궈 씻은 후 찬물에 우린다. 따뜻한 물에서 우려내면 시고 떫은맛이 강해지고 한약냄새가 진해지기 때문. 오미자와 생수는 약 1:3~4 비율로 섞고, 최소 3시간 이상은 우려야 오미자의 맛이 우러나오는데 보통 12시간 정도 우리는 게 좋음. 기본적으로 신맛이 강해 기호에 따라 물에 희석하거나 꿀을 넣어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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