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마르크 로제 장편소설 | 윤미연 옮김
문학동네(2020)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
/ 몰입하면서 나는 모든 걸 잊는다. 낭독을 마치는 순간, 나는 망각으로부터 현실로 돌아온다. 씻기고 정화된 채로 행복한 현실로. 나는 피키에 씨와 얼싸안을 것이다. 지금은 서로 악수를 나눈다.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은밀하게 통하는 공모자들이다. / (p.45 중에서...)
*
책을, 글을 읽어주는 사람과 이야기를 듣는 이를 기억한다.
기억을 잃은 아내 앨리 곁에서 젊은 시절의 일기를 읽어주던 남편 노아가 나오는 영화 <노트북>
책을 듣는 시간에 푹 빠진 <도서관에 간 사자>
잠 못드는 마르셀을 위해 침대맡에 앉아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목소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사실 낭독은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성우 못지 않게 낭랑한 소리로 <메이와 가부> 이야기를 매끄럽게 소화하는 그림책 모임 대선배님, 책의 텍스트는 물론 단어 하나에서도 의미를 끄집어내어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꿰어나가는 작가 선생님, 그리고 코로나만 아니었더라면 학교에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책을 읽어주고 있을 엄마들... 그리고 아주 가끔(!) 좋은 사이일 때면 서로에게 책을 읽어주는 하하 형제도 물론 주인공감..
*
이제 갓 스무살 인생 꽃을 피워가는 청년 그레구아르. 생의 끝자락에서 “영원히 함께” 책 읽는 즐거움을 남김없이 전하는 피키에. 그 둘이 보여주는 티키타카의 여운이 뭉근하게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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