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는데, 정작 내가 해야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결국 한 글자도 못 읽고,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날. 아내도 엄마도 아닌 온전히 '내'가 되어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단 의미다. 어제밤 [경애의 마음]을 읽다가 그대로 거실에서 잠이 들고 말았고 일어나니 아침 7시 반. # 아내이고 엄마 서둘러 남편 아침 요깃거리로 토스트를 싸서 보내고, 두 아이 아침 먹이고 등교, 등원을 마치고 나니 너저분한 옷가지와 장난감이 뒤엉켜 널부러진 거실이 헛헛하다 못해 공허하다. 하염없이 게으름을 뚝뚝 흘린 채 태연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게 너무도 얄밉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 누군가 대신 치워주지도, 치워줄 수도 없는...치워봤자 몇 시간 후면 궁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