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두 알이 숨쉬고 있다. 어스름때의 번화가에서 사들고 온 이 과일은, 밤이 깊어서야 더욱 싱그러운 향기를 뿜어낸다. 꽃향기와는 달리, 어딘지 알찬 부피를 느끼게 하는 매끄러움. 그리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대로, 여인의 지성과 같은 것을 일깨워 주는 숨결이다. 단지 레몬 두 알만의 향기로 가득히 채워지는 이 작은 방안의 의미를 헤아리다 품에 스미는 가을을 절감한다. 레몬은 운향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의 열매다. 희고 가슴이 메이도록 향그러운 오판화에 맺히는 이 실과는, 두꺼운 껍질안에 차라리 향기만을 성숙시킨다. 같은 과의 과일인 귤이나 오렌지에 비겨 보아도, 그 과육은 도무지 빈약할뿐더러 산미가 많아 그대로는 식용하기 어렵다. 살이라곤 말뿐, 떫고 질기기만 한 모과도 향기는 탐스럽다. 그러나 달고 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