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3

[어젯밤] 제임스 설터, 강렬하고 내밀한 10개의 단편

[어젯밤 Last Night] 제임스 설터 박상미 옮김, 마음산책(2010) * 책 속에서 , 아내가 좋아할 물건을 찾아내기는 쉬웠다. 우린 취향이 같았다. 처음부터 그랬다. 취향이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난 항상 취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건 아마도 옷을 입는 방식이나 또는, 같은 이유로, 벗는 방식으로 전해지는데,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그건 학습되고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 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전이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

book. paper + log 2020.03.14

시옷의 세계 _ 김소연

​ 시옷의 세계 _ 김소연 _ 마음산책 ⠀⠀⠀ 어쩜 이렇게 간직하고 싶은 '시옷'의 단어들만 골라두었을까. 닮고 싶고 갖고 싶은 문장에 오늘도 라벨링 덕지덕지. 스쳐 지나치는 작고 소소한 것들 수집하는 일들. 잠시 또는 오래도록 곁에 머무르는 그 어떤 것들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내게도 있다. 혹시나 무심코 잊고 지나갈까봐 사진으로라도 붙잡고, 공기중으로 흩어져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한대로 폰을 켜고 두 엄지로 재빠르게 메모하는게 습관이 되었으니까. ⠀⠀⠀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 '수집하다'를 읽다가 반가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오직 푸름과 투명함으로 우울을 제압하는 선명한 하늘도(136p),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주워 온 조개껍데기도 그러하고, ..

book. paper + log 2019.06.28

[완벽한 날들_메리 올리버] 내 온쉼표의 요일들

[완벽한 날들]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 ​ ‘엄마’가 된 순간부터 늘 롤러코스터를 탔다. 온 감정이 뒤죽박죽 뒤섞인 채. 둘이 이룬 ‘가족’이라는 커다란 우주를 품고,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어린왕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가면서. 서로 다른 자아들이 만나 각기 다른 정도의 성장통을 겪는 인고의 시간이 시작되었으니까.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왕자는 점점 살이 차오르고 경이롭게 성장하지만, 그 누구의 역할이 아닌 온전한 나의 모습은 점점 닳고 달아서 한없이 쪼그라드는 기분이 엄습하는 날을 마주하곤 했다. ‘엄마’라면 마땅히 아름답게 품어야 할 거대한 우주에서의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마다 쉬어갈 곳이 필요했다. 기댈 곳 없는 독박육아의 쉬는 시간은 아이가 낮잠에 들어야 비로소 시작되니 그 무엇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book. paper + log 2018.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