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의 세계 _ 김소연 _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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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간직하고 싶은 '시옷'의 단어들만 골라두었을까. 닮고 싶고 갖고 싶은 문장에 오늘도 라벨링 덕지덕지.
스쳐 지나치는 작고 소소한 것들 수집하는 일들. 잠시 또는 오래도록 곁에 머무르는 그 어떤 것들을 붙들고 싶은 마음이 내게도 있다. 혹시나 무심코 잊고 지나갈까봐 사진으로라도 붙잡고, 공기중으로 흩어져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까 두려워 급한대로 폰을 켜고 두 엄지로 재빠르게 메모하는게 습관이 되었으니까. ⠀⠀⠀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 '수집하다'를 읽다가 반가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오직 푸름과 투명함으로 우울을 제압하는 선명한 하늘도(136p),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주워 온 조개껍데기도 그러하고, 베란다 한켠에 둔 강릉 경포대 솔밭길에서 주워온 솔방울들, 틈나면 쪼그리고 앉아 네잎 클로버를 찾아내는 일까지! 땅에 떨어진 봄꽃이파리들과 붉은 벚꽃 받침대, 한 잎씩 흐트러진 불두화꽃과 여린 줄기들을 책갈피로 다시금 만나는 일이 그리 좋았던 이유.
"주워 온 사소한 사물들을 내가 간직하는 것은 추억이 서중해서가 아니라, 사소함이 이토록 커져간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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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글로는 풀어지지 않던 감정과 생각들을 시인의 입술로 더듬 더듬 읽어내려갔다. 나만 간직하고픈, 보물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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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물은 시옷의 낱말들이다. 사람이, 무엇보다 사람의 사랑이, 사랑의 상처가, 실은 그 선물이, 그리하여 사람의 삶이, 삶의 서글픔이, 그 서글픔이 종내는 한 줄 시가 된다. 세산을 바꾸려는 손길이 아니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려는 시선이 되는. 그런 시에다 옷을 입히듯 나의 이야기를 입혀보았다. 나의 이야기가 내가 좋아하는 시 구절과 사이좋게 사귀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였다.
_ 사귐. 이 책을 건네며, 중에서 (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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