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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구원 _ 임경선 산문집

greensian 2019. 6. 28. 22:16


다정한 구원 _ 임경선 _ 창비

꼬박 열흘동안 가방안에 꼭 넣고 다니던 이 책을 오늘에서야 펼쳤다. 당장 코앞에 떨어진 미션(솔직히 게을렀음 인정)과 마땅한 때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이번주를 정점으로 몰아치는 터에 조용히 숨 고를 짬이 날 때,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었다. 그만큼 미루고, 아껴 두었던 마음.

누군가는 좋아하는 걸 앞에 두고 당장 취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되도록 흡족한 감정을 되도록 오래 천천히 느끼려고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그러다보니 추진력은 약한 대신 뒷심을 쏟는 편에 가깝다.



동네 서점 특별 에디션 표지가 좋아서, 책 제목이 좋아서 꽁꽁 싸매고 다닌 것도 있다. 천천히 읽고 싶다는 느낌적 느낌(!)이 딱 맞았다. 문장엔 천천히, 느린 호흡의 걸음 걸이가 한땀 한땀 새겨져 있다. 한 호흡으로 후루룩 읽어나갈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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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Day 3 중간, 여기까지만. 📘📌
리스본행 비행기가 활주로에 닿을 때의 노을 지는 풍경이 아른거린다. 초록색이 이겨버린 페이지에 초록 플래그를,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깃든 문장엔 노랑 플래그를 붙였다. 맘속으로 부모님께 나지막이 건넨 인사말에서 심장이 쿵......


수를 놓아 만든 손수건을 들여다보다가 최근 자수의 매력에 흠뻑 빠져 밤을 보낸다는 후배가 떠오른다. 개나리색 28번 트램의 소매치기를 염려하는 불안한 마음과 각오를 읽어내려가다 마주한 건, 우리 부부의 그리스 신혼여행 중의 에피소드. 산토리니에서 아테네로 이동 중에 지하철 친절남을 만나고 호텔에 도착하고 나니 남편의 지갑은 사라지고, 내 쇼퍼백엔 끝내 뚫지 못한 칼선이 짙게 그어져 있었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