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3

어느새 초록초록

마상공원 작은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새 이리 볕이 따뜻한 봄이 온걸까. 햇살이 좋은 아이들이 벌써 집이냐며 남편이 운전해 타고 온 차에서 내리며 적잖이 아쉬워한다. 공원 한 바퀴 돌까? 말 한마디에 금세 총총 달리는 두 녀석. 초록이 새싹들도 고개를 많이 내밀었다. 집앞 벚꽃도 수줍게 꽃망울을 터뜨렸다. 며칠 전만해도 꽃샘으로 세찬 바람이 불었는데 꿋꿋하게 시간을 견뎌냈다. 다행히도 단지 내 공원은 주말에 비해 북적이지 않는다. 아이들 마스크를 살짝 턱 밑으로 내려준다. 지금 이 시간만이라도 햇살 듬뿍, 시원한 공기 마음껏 먹으라고. 노오란 산수유꽃도 반짝반짝 빛난다. 바이러스가 장악한 침묵의 봄. 콧바람 잠시, 햇살 한 줌짜리 산책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날. 이제 곧 있으면 4..

mono + log 2020.03.23

아침 산책 _ 메리 올리버

감사를 뜻하는 말들은 많다. 그저 속삭일 수 밖에 없는 말들. 아니면 노래할 수 밖에 없는 말들. 딱새는 울음으로 감사를 전한다. 뱀은 뱅글뱅글 돌고 비버는 연못 위에서 꼬리를 친다. 솔숲의 사슴은 발을 구른다. 황금방울새는 눈부시게 빛나며 날아오른다. 사람은, 가끔, 말러의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떡갈나무 고목을 끌어안는다. 아니면 예쁜 연필과 노트를 꺼내 감동의 말들, 키스의 말들을 적는다. 메리 올리버 , 마음산책(2013), 128p. * 아침! 코끝 찡해지는 찬 바람이 신선하고 상쾌해 마지않던 잠깐의 아침 산책 후에. 겨울이다.

book. paper + log 201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