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모르는 여인들]을 다 읽고 책을 덮을까 하다 책에 대한 평론이 실려져 있어 잠시 멈추었는데 어느 글귀에 순간 시선이 꽂혔다. (평론가도 다른 저자의 글을 인용하여 첫 문단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력서. 신발 이(履), 다닐 력(歷), 기록 서(書) "신발을 끌고 다닌 역사의 기록" (이윤기, [그리스로마신화] 40p) 이력을 적어 내려간 문서, 입사를 위해 나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쯤으로 단순하게 알고 있었는데 참 귀한 뜻이다. 한 때 회사에 소속되어 살았던 나날에 혹은 새로운 회사 입사를 희망하며 고군분투했던 그 때 얼마나 나를 증명하고 설명하고 상대를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일까 직장에서의 나, 사회에서의 내가 얼마나 무장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은 잠시 무장해제 된 삶에 있는데 어떤 기록을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