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채 오기도 전 어느 날, 지인의 독립선언문 필사 노트를 보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적이 있다. 이제껏 선언문을 끝까지 정독한 적이 있었던가. 자문하다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역사책에 담긴 사진으로만, 잊어서는 안 될 역사라고 머릿속으로 기억할 뿐. 글을 읽어볼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그 순간 느낀 부끄러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난 바쁘면서도 평온한 일상 속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시 걸어 들어갔으니 말이다. 2019년 3월 1일, 큰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태극기를 꺼내 흔들어대며 부산스럽게 아침을 열었다. 국경일에 태극기 달기를 제 일처럼 챙기는 아이인데 이번엔 유난히 더 즐거운 눈치랄까. 물어보니 태권도장에서 마련한 태극기 이벤트에 인증샷을 올리면 칭찬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