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log

나팔꽃 페스타 엔딩

greensian 2019. 9. 30. 23:42



흙 속에서 씨앗이 싹 트고
떡잎이 자라고 자라 덩굴을 뻗고
송글송글 솜털 맺힌 작고 여리한 꽃망울이
제 꿈을 피울 준비를 마친다.
깊은 밤 그리고 한줄기 빛을 벗삼아
꽃잎을 열기 시작할 때 신비로움이란.
신비로운 자주빛을 품은 고깔같기도,
딸기맛 시럽을 나선형으로 장식한
아이스크림같기도.
(2019.9.6 instagram)



늦여름에 피어나던 나팔꽃 엔딩은 끝이 났다.
씨앗이 맺혔던 것도 이미 몇 주 전.
과거가 되어 버렸다.
꼬망과 손 잡고 어린이집과 우리집을
오고 가는 길, 하루 하루가 달랐다.
새롭게 피어나고 지고
다시 피어나고 또 지고...

가을 장마와 태풍이 지나가는 중에도
꼿꼿이 제 자리를 지키고
묵묵히 제 일정을 다하는 소명.
카메라폰에 사진을 담으려 잠시 멈추었을 때
"꽃이 참 예쁘지요?"
"예뻐. "라고 말을 걸며
내 시선을 따라 같이 꽃을 바라본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계셨다.
물론, 관심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간 분도 많았다. ^^

2년 전 집 화분에서 만났던 나와 윤의 나팔꽃은
손 닿는 곳곳 애지중지 아끼는 마음이 컸다.
올해 산책길에 만난 나와 꼬망의 나팔꽃은
끝이 뾰족&둥글한 소나무과처럼 보이는 나무의
머리 위에 덩쿨을 내리고 매일같이 새로 피고 졌다.
집에서 씨앗을 받아 다음해에 심었을 때
꽃을 보지 못해 살짝 마음앓이를 했는데
앓았던 마음이 이제사 온전히 아물어진 느낌이다.

요즘 아침은 꽃이 피고 진 자리,
알알의 씨앗이 맺힌 자리를 눈빛으로 쓸어내린다.
촉촉한 이슬이 대신하는 그 자리를.


2019. 9월 마지막 밤.
- 예쁘게 피고 지던 꽃을 기억하며





'photo + 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의봄. 벚꽃 동산에서.  (0) 2019.04.14
비 온 뒤 노랑  (0) 2019.03.23
나의 소울 푸드는  (0) 2019.01.16
성탄미사_ 세상에 내려 온 참빛 _ merry christmas!  (0) 2018.12.25
눈 내린 아침  (0) 201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