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너머 동산은 언제 꽃이 필까 매일을 내다보았다. 나무 위쪽만 꽃망울이 터져 연분홍 핑크뮬리처럼 보이다가 며칠 새 활짝 피었다.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들어 벚꽃 피크닉이 한창이던 어제 토요일.
돗자리를 펴고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벚꽃이 예쁘게 핀 나무를 찾아 온 아빠와 딸이 보였다. 나무에 걸려있는 이름표를 확인하는 걸 보니 나무의 가족이었다. 부러운 눈빛으로 나무의 주인이신가보다 했더니, 11년에 태어난 딸아이를 위해 이듬해 봄 기념식수 행사에 참여해 나무를 심었다고. 아빠의 허리께에 닿을 만큼 훌쩍 자란 아이는 벚꽃이 핀 나무 아래서 손으로 브이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어린 묘목이 예쁘게 자란 걸 딸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사진을 다 찍은 아이는 벌써 저만치 달려갔는데 아빠는 핀 꽃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카메라에 담고, 나무 기둥을 손둘레로 재어 보며 그 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묻지 않아도 마음이 헤아려지는 아주 잠시의 무언의 시간.
비요일 오늘은 못다핀 꽃망울 촉촉하게 물 머금으라는 신의 한 수?! 아침 이슬비도 이제 그친 걸 보니 우리동네 꽃놀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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