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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greensian 2013. 9. 9. 15:27

 

지난주 난생 처음 가을꽃으로 테이블 센터 피스를 만들어 보고

나의 첫 꽃을 부모님께 드리고 왔다.

실제 꽃을 보시면서 울 엄마 "생화니? 예쁘다. 오래갈까?" 하셨는데

사진이 올려진 내 카스를 보고 댓글을 남기셨다.

 

 

「엄마는 꽃을 보면서 우리딸. 생각 많이 했다.

애기 키우며서. 정신 없이. 가버린. 세월. 내 딸도. 나이를. 먹어구나. 하고. 고맙다」

 

 

맨질맨질한 스마트폰 화면 위에 굳은살이 배긴 두 엄지 손가락 끝으로

엄마가 틀리지 않게 조심스레 그리고 정성스레 담았을

한 글자 한 글자가 계속 꿈틀거린다.

띄어쓰기 두 번에 자동으로 찍힌 마침표가 꾹꾹.

받침빠진 글자엔 애틋함이 그 빈 자리를 묵직하게 메운다.

 

그 글을 다시 보며 중간 중간 쉼호음을 해가며

엄마가 말하듯 입으로 조용히 읊어본다.

띄엄..띄엄...

 

지금껏 아니 최근 몇년간 나의 시간만이 잘도 흘러간다 생각했는데,

야금야금 지나간 나의 삶에는

예기치 못한 순간 선물로 다가온 아이의 삶과 더불어

엄마의 삶도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고 있었음을

이제사 들여다본다.

 

답글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그만 가슴이 먹먹해져

길게 멋진 말도 못 쓰고 그저 애꿎은 웃음표시만 남겼다.

^^

이렇게...

 

아이 때문에 통화도 꽤 자주 하는 편인데도

겉으로는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진심의 말들을

엄마와 이렇게 폰으로 글을 남기고 이야기하는 것이 

참 특별하게 느껴진다.     

아빠에게 첫 문자를 받았을 때도 참 마음이 이상했는데...

스마트한 전화 덕에 일상의 아주 소소한 즐거움이 새롭게 기록되고 있다.

단 나의 문제는 "딸.  우리딸..."이라고 시작했을 뿐인데

요 지점에서 급작스레 와르르 무너진다는 것. 

 

오늘은 문득 이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엄마에게 드리고도 싶고 ㅎㅎ

아, 다음번엔 기타를 배워 직접 보여드려야 하나...

 

일명 편리왕 Kings of Convenience 의  Cayman Islands.

 

 

 

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s

 

Through the alleyways

to cool off in the shadows,
then into the street following the water.
There's a bearded man
paddling in his canoe,
looks as if he has
come all the way from the Cayman Islands.
These canals, it seems,
they all go in circles,
places look the same,
and we're the only difference.
The wind is in your hair,
it's covering my view.
I'm holding on to you,
on a bike we've hired until tomorrow.


...

If only they could see,
if only they had been here,
they would understand,
how someone could have chosen
to go the length I've gone,
to spend just one day riding.
Holding on to you,
I never thought it would be this cl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