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열과 미열 사이
새벽. 잘 자는지 짚어본 아이의 이마가 뜨끈하다. 목감기약으로 처방받은 해열제 약을 먹인다. 38.8도의 고열은 2시간 정도 지나면 37도 중후반의 미열을 유지한다.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체온은 오르기 시작한다. 흠... 느낌이 좋지가 않다. 아이는 이렇게 고열과 미열 사이를 오가며 집에서 3일을 버텨주었다.
그 사이 40도에 가깝게 열이 올라 응급실에는 이미 두 번 출석했지만, 해열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호흡기치료만 받고 귀가를 거듭했다.
#2. 고열 3일째 세 번째 응급실
아파도 잘 놀고 잘 먹던 아이가 "엄마, 엄마" 부르며 보채기 시작한다.비염 알러지와 사투하느라 휴가중인 남편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애를 들쳐안았다. 세 번째 응급실행.
웬만하면 입원은 피하고 싶었고, 말랐지만 나름 건강 체질인 녀석이 잘 버티고 위기를 잘 넘기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남편 보기엔 꽤나 답답했었나보다. 우둔하고 미련한 곰팅이 엄마가 된 기분이 들어 화가 났다. 고열이니 옷을 벗기고 미온수로 몸을 닦아주고, 처방받은 약만 주구장창 시간맞춰 먹이는 교과서적(?)인 엄마가 된 듯한.
내가 생각한 데드라인은, 금욜 외래진료 받고 최후 입원 상담하려했는데, 새벽 응급실서 부족한 약을 처방받아 그 이유도 없어졌고. 전날 밤 열 잡는데 성공했으니 이번에도 믿어보자 했거늘. 무조건 열 내리는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 삐뽀삐뽀 119 따르는 고지식한 엄마?! 쓸데없는, 이상한 해석이다.
해열제 주사를 맞기 위해 조그맣고 얇은 손등 혈관에 링거 바늘주사를 꼽는 도중 아이는 예상못한 공포에 대성통곡하고 몸을 비틀어대는 사이 핏방울이 내복위로 뚝뚝 흘렀다. 남자 간호사가 재빠르게 주사바늘을 고정하지 못한 탓이다. 해열제 주사를 맞고나서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입원을 결정했다. 걱정이 컸던 친정 엄마와 아빠가 한걸음에 달려오셨다.
#3. 입원 첫날 밤.
응급실에서 링거라인을 잡으며 피검사를 위한 채혈을 하지 않은 탓에 또 한번 아이를 잡았다. 멍텅구리 의사 간호사들 같으니라구. 어이가 없다 정말. 부모는 나가있으라 하니 또 한번 놀라서 울고 부는 아이의 목소리만이 소아병동 복도를 꽉 채운다.
간신히 안정을 찾은 아이를 잠시 친정 엄마아빠께 맡기고 나와 남편은 허기를 달래러 간식을 사러 나갔다 왔다. 그 사이 채혈 샘플이 문제가 생겼는지 한번 더 채혈을 했다고. !!!!!! 억장이 무너진다.
입원 신입인 아이와 나. 어리둥절, 낯선 우리의 정신 상태와는 다르게 병실 안 분위기는 의외로 따뜻하다. 대부분 열감기 중 고열을 앓아 들어왔다. 3세, 5세 그리고 갓 10개월된 아기가 평소처럼 까르르 웃고 놀고 있다. 아이 옆자리의 그 아기의 순진무구한 미소때문이었나. 철렁했던 가슴이 조금 다독거려졌다. 아기는 감기 앓던 중 41도가 넘어 왔고 입원 4일째 열이 잡혀 내일모레 퇴원을 앞두고 있다며 아기의 엄마가 조금은 여유있어보이는 다정한 말투로 이야기를 건넨다.
울다 지쳐 잠이든 아이. 추석 연휴 시작 불금, 입원 첫날 밤.
휴... 숨 한번 고르고 나도 잠을 청한다.
[삐뽀삐뽀119소아과] Q. 열날 때 물수건 사용 키 포인트 (p.682)
아기의 겨드랑이 체온이 39도 이상이면
1. 해열제를 사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 물수건을 사용한다.
2. 해열제를 사용한 지 30분이 지난 후에 우선 옷을 다 벗기고(기저기와 팬티까지)
3.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찬물 아님)을 수건에 묻혀서, 알코올 섞지 말고
4. 물이 뚝뚝 떨어지게 해서(꼭 짜지 말고)
5. 온몸을(머리, 가슴, 배, 겨드랑이, 사타구니까지)
6. 약간 문지르는 느낌으로 열이 떨어질 때까지 쉬지말고 계속 닦아야 합니다.
(물수건 절대 덮어두지 말것) 30~45분 정도 계속 닦아주어야 합니다.
7. 아이가 추워서 떨 때는 물로 닦는 것을 일단 중지하세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도 중지하세요.
8. 물로 닦는 것의 효과는 1시간 정도 지속되며, 2시간이 지난 뒤에는 물로 닦아준 효과가 없어집니다.
9. 열을 떨어뜨리는 데는 해열제 사용이 가장 중요하며 물로 닦아주는 것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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