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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병동에서의 4박 5일 02

greensian 2013. 9. 24. 18:13

#1. 아자 아자 아자구.

토욜 이른 아침. 때맞춰 병원밥이 오고, 약간의 부산스러움으로 아이가 깼다. 평소같으면 먼저 일어나 "엄마, 밥 줘요. 밥~" 할텐데 내가 먼저 밥을 권하니 그제사 먹겠단다. 감기를 앓고 열이 오르기전까지는 밥양이 늘었었는데 아직 열도 있고 입맛도 없는지 밥은 몇 숟가락 먹는둥 마는둥  결국 내 차지가 되어버린다.

답답해하는것 같아 유모차에 태워 산책을 시켜주니  깔깔대는 아이들 웃음 소리 그치지 않는 유아 놀이방에 시선이 멈춘다. 기어이 악어와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수액걸이 꼬일까봐 엄마는 전전긍긍 식은땀 난다. 아휴....

병실로 향하니 "아자 아자 아자고" (나가자 나가자구). 주말이라 사람없는 1층 로비로 향하니 아예 입구쪽을 가리키며 "저쪼기, 저쪼기, 아자 아자" (저쪽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이 말씀이다.
닭똥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아이를 달래서 벽에 심어진 녹색식물 쪽으로 시선을 전환시킨다. 나뭇잎 보여주니  "벌레가 퐁!" (애벌레가 퐁!) 하며 에릭칼 <배고픈 애벌레> 책 속 이야기를 떠올리는 아이. 입원 이틀째. 이렇게 슬슬 병원생활도 적응하는 중....

오후무렵, 병실에 있던 두 아이가 퇴원하고 일욜엔 옆자리 미소천사 10개월 아가가 퇴원했다. 4인실이 갑자기 독방이 되어버림. 잠시 내가 집에 다녀온 사이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남편 말로는, 격리가 필요한 새 환자가 입원한 것 같다 한다.

아이 침대 맞은 편엔 생후 두달 된 아기가 폐렴과 사투중이다. 계속되는 호흡기치료 및 콜록기침으로 아기 엄마는 걱정이 깊다.

# 2. 입원 3일째 밤, 열 잡히다

일욜 밤, 드디어 정상체온을 회복했다. 이제 해열제 주사는 안녕- 그리고 낯선 장소에서 두려워 하던 응가 미션도 함께 해결했다.  휴우...

월욜 새벽. 달콤하게 꿀잠 자는 아이를 깨워 링거 라인을 바꾸고, 피검사를 위한 채혈도 하잔다. 그래 염증 수치 등 확인을 해야겠지. 정말 잘 자고 있는데...맘이 아프다. 한 차례 대성통곡이 끝나기를 문 밖에서 기다리다 바로 들어가니, 이젠 체념한듯 멍한 표정으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입원 첫 날보다는 견딜만 한가보다. 밖엔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 한 명이 대기하고 있다. 링거 바꾸는 차례가 이어진다. 아이들의 울음도 예정대로 이어진다.

열은 내렸는데 이젠 콧물이 내려오는지 코가 꽉 막혀 심하게 코골이를 했던 녀석. 새벽의 난데없는 채혈로 눈물 콧물 쏙 뺐는지 코가 뻥 뚤려 시원한가보다. 밥을 찾는다. 웬일! 입원 4일만에 밥숟갈이 춤춘다. 주는 족족 잘 받아먹는 아기새 따로 없네.

월욜 오전 회진, 열은 내렸지만 고열의 원인이던 목 부은거 좀 가라앉히고 다음날 퇴원을 예정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치치코코(기차) 타고 시댁식구들 만나러 가는 일정은 취소됐다. 대신 어머님이 아이를 보러 오시기로. 그래도 다행이다. 추석은 집에서 보내게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