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부디..... _병원에서의 단상

greensian 2013. 9. 24. 18:18

병원 로비에서
까슬까슬 웃자란 짧은 민머리의 환자를 보았다.
아마도 항암치료 중인 걸로 짐작되는
여인은 가족의 손에 의지하여
병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다가서고 있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눈의 초점은 갈 곳을 잃고
멍하게 어딘가를
죽은 듯이 잠잠히 바라보고 있다.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은
이미 여인의 의지가 아니다.
가족에게 붙들어진 팔짱 조차도
온기가 없이 서늘하다.
모든 걸 다 잃은 정지된 영혼.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몸.

다음 날 로비에서 또 마주친 여인.
어제와는 다른 이의 손을 꼭 잡고
터벅 터벅 똑같은 걸음으로 지나간다.
여인의 심장은
어제와 같이 똑같이 뛰고 있을 터.
참으로 힘든 사투를 버티고 있는
여인은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이다.

부디,
꼭 부디
이겨낼 그 날 까지
그리고 그 후에라도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여인을
단단히 따뜻하게
붙들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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