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원예정일 새벽 2시 & 34.4도.
새벽 2시. 잠이 쉽게 들지 않아 뒤척이다 아이를 살펴보니, 평소 땀이 많은 아이의 체온이 심상치 않다. 온몸엔 이미 땀이 흥건하고. 시트며 옷이며 다 젖고 문제는, 34.4 저체온이다. 비염알레르기 사투중인 남편도 약먹고 숙면중이라 전화안받고 심장 튀어나오기 직전. 급하게 저체온 관련 폭풍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본다.
간호사 불러 체온 다시 확인케 하고, 항생제 주사 거부했다. (열이랑은 직접연관없어도 이건 너무 저체온이라 불안해서)
겨드랑이 체온으로 다시 정확히 재달라 요청, 여전히 34.4-7도.
(내가 요청하기 전까진 간호사가 귀체온계로만 체온을 쟀다. 아마도 대부분의 병원이 그럴 것이다. 겨드랑이 체온계의 경우 제대로 밀착시켜야 정확히 잴 수가 있다. 자던 아이가 자꾸 뒤척여 겨드랑이에 꽂아두었던 체온계가 빠져서 정확히 재기가 어려웠던게 사실. 삐뽀삐뽀119소아과 책을 보면 겨드랑이보다 입 안, 입 안 보다 항문으로 체온을 재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나와있다.)
핫팩 가져다주며 싸안고 자라는데 이건 땀이 더 난다. 옷도 새 옷 갈아입힌지 몇번을 거듭, 링거줄때매 시간도 걸리고 조바심이 자꾸 난다. 챙겨둔 얇은 내복 위아래 입히고 양말신기고, 내복 안에 가제수건 넣어 흘린땀 손수건만 벗겨내기를 반복. 더 쓸 수 있는 손수건마저 없는 상황. 한두시간 후 당직 의사가 와, 응급실에서 쓰는 튜브에서 따뜻한 바람 나오는 기계를 가져다주겠다 한다. 간호사가 이불을 덮어주고 침상 틈을 이불로 막아 하윤 발쪽에 따뜻한 바람을 넣어준다.
한시간 뒤 겨우 35도 진입. 이때가 새벽 4시. 아이는 뭔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잘만 자는데, 너무 큰 불안감에 잠을 청할수가 없다. 이렇게 꼬박 밤새고 아침맞이. ㅠ 35도 중반, 이거 뭐 차도가 없고. 땀이 식어 서늘한 피부가 여전히 불안하다. 간호사는 아주 서서히 체온 오르니 걱정말고 눈붙이라는데 도저히 맘이 안 놓임.
그리고 아침. 깨어난 아이는 덥다며 이불차고, 이미 그 튜브는 소용이 없고. 여전히 35도 중후반. 정상체온 회복하고 퇴원하잔다. 나의 정신상태는 반 좀비 ㅠㅠ 헤롱모드.
#2. 저체온의 원인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가 해열제 안맞고도 열 내린 뒤에 하루 3번동안 해열제 약을 먹인 것. 아이들은 밤사이 기초체온이 조금 떨어지기도 하지만, 하윤은 땀도 많은데다 거기에 해열까지 더해졌으니 불보듯 뻔한 일. 약 건너띄면 안된다해서 일찍 잠든 아이 밤중 깨워 그 약 먹였는데 오마이 갓.. 마지막 약 안먹였음 상황도 달라졌을수도.
의료진에게도 화가 나고, 나도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무지한 부모 절대 되서는 안되겠다 싶고. 처방 그대로 무조건 따르기보다 약 성분은 기본, 아이의 건강과 문제가 되는 증상에 대한 아주 디테일한 정보를 갖고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것인가보다.
병원에 갈땐 사람이 참 나약해진다. 나 역시 아플 때도 그렇고 이번처럼 애가 아플땐 더 노심초사. 그러니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게 되고. 점심 지나고나서 겨우 36도를 찍고, 산책 후 밥을 좀 먹고 나서 정상체온 회복. 퇴원 허가가 떨어졌다.
암튼 입원 마지막 날의 최대 멘붕 위기를 넘기고 세 식구 안식처에 돌아왔다.
휴우....
여기가 낙원이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 Q. 체온이 정상보다 떨어졌다구요? (p.681)
* 사람은 몸 속과 피부의 온도가 다릅니다.
: 체온이 떨어지는 것은 위험하지만, 실제로 체온이 떨어지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아서 차가운 실외에서나 물에 빠지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저체온이 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저체온이란 우리 몸 내부의 체온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몸 속과 피부의 온도가 다르고, 같은 피부라도 손과 발, 겨드랑이, 입안, 항문 등 그 부위에 따라 체온이 다 다릅니다. 아기들이 열 나는 병에 걸렸을 때 헤열제를 사용해 열을 떨어뜨리면 대체로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 때 땀이 피부에서 증발하면서 피부의 온도가 더 떨어지기도 합니다.
...(중략)
아기의 체온은 엄마의 손이나 주관적 느낌이 아니라 반드시 체온계로 재야 합니다. 겨드랑이로만 재지 말고 입이나 항문으로도 재서 정확히 확인을 해야합니다.
* 아이의 체온이 낮다면 우선 아이가 정신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야!
: 아기의 체온을 쟀을 때 체온이 36도 이하로 떨어진 것 같으면 일단 체온을 다시 재십시오. 체온 재는 부위의 땀을 닦고 밀착해서 충분한 시간동안 재야 합니다. 겨드랑이보다 입안을 재는 것이 낫고, 입안보다는 항문으로 체온을 재는 것이 좀 더 정확합니다. 체온을 다시 재서 진짜로 아기의 체온이 낮다면 일단 따뜻하게 해준 다음 아이가 정신이 제대로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의식 상태가 좀 이상하다면 따뜻한 담요로 싸서 바로 큰 병원에 데려가야 합니다. 의식이 있고 아이가 말짱하면 전기 스토브라도 켜 주고, 좀 큰 아이라면 따뜻한 물을 먹이고 따뜻한 물찜질을 해주면 좋습니다.
* 저체온은 고열보다 더 위험합니다.
: 아이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심각한 저체온이면 담요로 싸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담요로 아이를 싸두면 실외에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어도, 더운 실내에서 아이의 몸을 빨리 데우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두십시오. 아이가 잘 놀고 체온이 약간 떨어진 것 같을 때는 옷을 두껍게 입히는 것도 좋습니다. 피부가 차가워지면 형랙순환이 안되는 경우가 많고, 피부 체온이 떨어지면 피부가 얼룩덜룩해지기도 합니다. 이때는 피부를 문질러주어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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