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비포 선라이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했던 말 그대로
시계추를 되돌려 제시와 셀린느, 그 첫 만남
지금으로부터(비포 미드나잇, 2013) 18년 전으로 돌아가 보았다.
예전에 본 장면이 기억이 날듯 말듯 새록새록 돋아나다가
그저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초심자의 마음으로 돌아간 걸까.
어느새 그 둘의 만남에 조용히 동행자가 되어 있었다.
뽀얀 피부 만큼이나 풋풋한 에단 호크
하얗고 말간 얼굴에 붉은 입술이 매력적인 쥴리 델피
기차 안, 첫 인상만큼이나 짧지만 긴 여운의 대화는
딱 하루 동안의 여정으로 이어지고
밤새 소리없이 움튼 감정에 머뭇거리다 예정된 이별앞에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는데...
- 사랑에 빠지기 충분했던 영화..같은 이야기..
내일의 헤어짐은 잠시 덮어두고
부담없이 그저 얘기 잘 통하는 친구와 함께
비엔나 거리, 어느 뒷골목의 레스토랑,
동이 튼 새벽녘 쳄발로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그 어딘가로 발걸음 닿는 대로 거니는 여정에
너무도 자연스레 무임승차 할 수 있었던 건
그 하루를 빛나게 하는 음악이 있어서일지 모르겠다.
비포 선라이즈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음악이 바로 그렇다.
리처드 링클레이터(Richard Linklater)의 철저한 계획에서 비롯된 BGM이겠지만
길고 긴 철길 위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기차를 첫 신으로 담으며
비포 시리즈의 서막은 시작된다.
#. 시작
Henry Purcell _ Dido and Aeneas Overture
헨리 퍼셀 _ 디도와 에네아스 Z.626 서곡
시작은 텅 비어있는 무지처럼 무한 가능의 공간이다가도
예약된 헤어짐이라는 설정 앞에서 만남의 길이가 곧 짧아진다.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걸까
기차가 떠나야 하는 애틋한 이별 앞에서 주체 못하는 둘의 감정은
서둘러 6개월 뒤 비엔나역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남기고
정말 그리 되는 것일까
감독은 비포 선라이즈 처음을 열며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 서곡으로
이 둘의 앞날을 암시한다.
#. 마침내, 끝.
셀린느는 파리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타고
제시는 그녀를 보내고 공항으로 가기위해 역을 나선다.
음악은 흐르고 짧았지만 둘의 발길이 닿은 이곳 저곳을 훑는다.
하루를 머물기로 하고 내린 기차역,
함께 걸었던 길, 연극인 청년을 만났던 다리 위, 유람선, 어느 뒷골목,
열 세살에 잠든 소녀의 묘지, 석양이 비치던 관람차,
길거리 시인에게 축시를 받았던 강가, 함께 누웠던 잔디밭...
두 연인은 사라지고 고스란히 그때 그 기억만 배어있는 곳곳의 공간들.
이내 곧 쓸쓸함이 감돌다가도 바흐의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는
따스한 온기로 기억을 매만진다.
Bach _ Andante from "Sonata for viola da gamba No. 1 in G" BWV 1027
바흐 _ 비올라 다 감바 소나타 1번 G장조 BWV 1027 - 3악장 Andante
Henry Purcell _ Dido and Aeneas Overture
** 비포 3부작 다시보기** (네이버-영화-매거진-커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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