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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 _ 가리워진 길 ...11월이 외롭지 않은 이유

greensian 2013. 11. 4. 23:56

 

 

 

 

 

스물 다섯이라는 꽃다운 청춘 그 정점에서 불의의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된 유재하.

짧은 그의 생만큼 세월이 참으로 덧없이 흘렀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본다.

흐릿한 기억 너머 나 열 여섯인가 일곱인가에

「유재하를 추모하는 앨범 1987 - 다시 돌아온 그대를 위해」테잎을 사서 처음 듣던 날 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그의 시를 나지막히 읊던 그 노래들...

11월이 외롭거나 쓸쓸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남겨진 그 음악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어렸을 땐 잘 몰랐던 혹은 다르게 느꼈던 곡과 가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게 다가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엔 음악만 들여다보다 지금은 그의 음악에 비추어 나를 점점 깊게 들여다 보게 된다. 나의 10대에 처음 듣기 시작해 20대를 보내는 동안 꽤 많은 날들 조용히 토닥거려 주었던 노래... 시간을 건너 30대가 된 지금도 ,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음악은 내게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가리워진 길  - 유재하

 

 

보일 듯 말듯 가물거리는 안개 속에 쌓인 길
잡힐 듯 말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둘러보아도 찾을 길 없네
그대여 힘이 되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
이끌려 가듯 떠나는 이는 제갈 길을 찾았나
손을 흔들며 떠나보내고
외로움만이 나를 감쌀 때
그대여 힘이 되 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 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 유재하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 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론 감추며
한숨 섞인 말 한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

엇갈림 속에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 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 내곤 또 잊어버리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 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