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의 끝은 왜 이렇게 헛헛한지
겨울이 너무 성큼 다가온 탓일까
아직 준비가 덜 된 몸은 바로 표시가 난다.
아이 코 끝엔 옅은 이슬이 맺히고
뼛 속 깊이 훅 들어오는 찬 바람이 앙칼지고 매섭다.
초가을의 설렘은 간 데 없고 늦가을의 엔딩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폭풍의 언덕 위에 부는 바람이 그랬을까.
먹구름 가득 이고서 심술 가득 불어대는 먹먹한 바람은
조금의 여유도 주지도 않고 눈치없이 살갗을 파고든다.
월동 준비랄 것도 할 것 없이
세 계절 동안 옷 장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잠자던 패딩 점퍼를 꺼내고
얼얼한 손 끝을 감싸 안아 줄 가죽 장갑도 꺼내고
가을 내내 멋부렸던 스카프는 안녕, 포근한 캐시미어 머플러를 두른다.
크리스마스가 만 한달 남았으니
이제 캐롤을 좀 들어볼까 하다가
이런 날씨 이런 적적함에 쓸쓸함 그대로 놔두고 싶다.
아무것도 첨가되지 않는 본연의 음색 묵묵히 채우는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에 기대어본다.
1889년 어느 날이었다.
열 세살의 파블로 카잘스는 바르셀로나 시립음악학교에 재학중이었는데
매주 한 번씩 고전 음악회 독주용 악보를 찾으려고
아버지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악기점을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한 악기점 구석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악보를 발견한다.
바흐가 죽은지 200여년 동안 잠자고 있던 악보였다.
하늘의 계시와도 같은 운명과도 같은 만남...
그 후 12년간 악보를 연구하고 나서야 공개적으로 연주했고
그 후로도 끊임 없는 연구를 통해
1936년, 그의 나이 60세때부터 녹음에 임했고 (1936~1939)
96세 죽는 날까지 매일같이 이 한 곡을 연습했다고 전해진다.
연주영상은 파블로 카잘스의 나이 77세(1954년)
프랑스 Abbaye "Saint-Michel-de-Cuxa", a Catholic monastery
에서 공연한 영상.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Pablo Casals (1876-1973)
1. I. Prelude 00:02:29
2. II. Allemande 00:03:42
3. III. Courante 00:02:32
4. IV. Sarabande 00:02:24
5. V. Menuet I and II 00:03:13
6. VI. Gigue 00: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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