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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떠나보내며...

한동안은 장마비가 잠잠해지고 다시 맑게 개인 날이면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다. 서울은 온통 그레이톤 축축한 기운이 가득한 길고 긴 장마였고 할머니가 영면하신 그곳 고창은 뜨거운 뙤약볕에 땅도 하늘도 이글이글 달아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따듯하고 고요했던 이별의 장면... 그 날 끄적인 일기를 다시 꺼내본다. ... "할머니 별세하셨다." 새벽에 엄마가 보내신 문자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간밤 잠을 설치다 동이 트고서야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접한 소식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바로 전날, 엄마와 동생이 할머니 뵈러 시골에 내려 간다해서 나도 오빠와 하윤을 데리고 동행을 했다. 아빠와 고모가 일찍이 내려가 계셨고 곡기를 끊으신지 꽤 많은 날들이 지나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던 터였..

mono + log 2013.07.26

prologue_ nothing

시작은 설레고 기대되고 궁금했다. 두근두근... 시작은 늘 초조하고 두렵고 불안했다. 두근두근... 새 노트를 사고 펜을 들고 새하얀 빈 공간에 글을 적기까지 얼마나 오래 머뭇머뭇거리는지 나는 잘 안다. 종이에 펜이 닿기 전까지는 분명 설렘이 크다. 막상 종이에 펜을 올려놓고 점이라도 찍을 찰나에는 마음이 뒤바뀐다. 첫 장을 펴고 아니- 그 다음 장을 넘기고 셋째 장 마저 비워둔 채 넘기고 나서 그제서야 끄적이기 시작한다. 늘 그랬다. 첫 시작에 앞서 뭔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 탓이다. 이곳도 처음 만들땐 너무 설레어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곧,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러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nothing... nothing...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

mono + log 201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