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장마비가 잠잠해지고 다시 맑게 개인 날이면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것 같다. 서울은 온통 그레이톤 축축한 기운이 가득한 길고 긴 장마였고 할머니가 영면하신 그곳 고창은 뜨거운 뙤약볕에 땅도 하늘도 이글이글 달아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따듯하고 고요했던 이별의 장면... 그 날 끄적인 일기를 다시 꺼내본다. ... "할머니 별세하셨다." 새벽에 엄마가 보내신 문자다.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간밤 잠을 설치다 동이 트고서야 깜빡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접한 소식에 기운이 하나도 없다. 바로 전날, 엄마와 동생이 할머니 뵈러 시골에 내려 간다해서 나도 오빠와 하윤을 데리고 동행을 했다. 아빠와 고모가 일찍이 내려가 계셨고 곡기를 끊으신지 꽤 많은 날들이 지나 다들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던 터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