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설레고 기대되고 궁금했다.
두근두근...
시작은 늘 초조하고 두렵고 불안했다.
두근두근...
새 노트를 사고 펜을 들고 새하얀 빈 공간에 글을 적기까지
얼마나 오래 머뭇머뭇거리는지 나는 잘 안다.
종이에 펜이 닿기 전까지는 분명 설렘이 크다.
막상 종이에 펜을 올려놓고 점이라도 찍을 찰나에는 마음이 뒤바뀐다.
첫 장을 펴고 아니-
그 다음 장을 넘기고
셋째 장 마저 비워둔 채 넘기고 나서
그제서야 끄적이기 시작한다. 늘 그랬다.
첫 시작에 앞서 뭔가 조금이라도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 탓이다.
이곳도 처음 만들땐 너무 설레어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그러나 이내, 곧,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엄습했다.
그러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nothing...
nothing...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별거 아닌데
괜한 잡념과 염려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큰 일로 만들어버렸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맘이...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nothing.
아무것도 아니니 채울 수 있고, 또 다시 비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채로.
아무것도 아닐 자유
아무것도 안 할 자유.
내게 그 거대한 자유를 허락해본다.
20130725. @hj-logue. Like A Fermata 첫 장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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