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 + log

여름 감기

greensian 2013. 8. 9. 22:21

2013.8.8 목요일

5pm. 머리가 아프다.

난 두통이랑은 참 인연이 먼 사람인데 뭔일이람.

몸에서 카페인을 찾나보다. 커피 한잔이면 개운해질거야.

두통의 묘약, 믹스 커피에 설탕 한 스푼을 더 담고 얼음을 넣어 원샷. 

 

7pm. 먼 유럽땅,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외삼촌이 오셔서 급 가족모임이다.

말복은 며칠 남았지만 이 더운데 엄마가 삼계탕을 해 주셨다.

식구들 수만큼 닭 수도 많아 가스렌지 위 압력솥 두개가 바쁘게 돌아간다.

에어컨을 켜둔 거실은 찬바람 빵빵한데, 주방은 그야말로 찜.질.방.

엄마의 내공에 감사하며... 난 엄마를 따라갈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여전히 머리가 띵하다. 믹스 커피 한잔을 더 마셨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이제는 눈도 빠질듯 아프다. 

 

11pm. 몸이 으슬으슬 이상하다. 뭐지 이거?!

몸살 초기 증상같은데, 아이 모유수유 중 겪었던 끔찍했던 젖몸살 이후 처음이다.

자고 나면 괜찮겠지.

 

다음날

1am. 목이 아프다. 침을 삼키기 힘들다. 물을 넘길 수가 없다.

거울을 보니 목이 벌겋게 부었다. 편도선이 부었나보다.

낮에 아무런 신호도 없이 이렇게 급작스럽게 아플 수도 있을까?

일단 밤을 넘기고 아침이 되어야 병원을 가지 싶어

피곤한 눈을 힘겹게 감고 무거운 몸을 뉘여본다.

 

4am. 빨리 병원에 가고 싶다.

어두컴컴하지만 아침이겠지-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잠이 안온다.

 

6am. 또 뒤척인다.

몸은 으스스 떨리고 가만히 누워있기도 여기저기 욱신욱신.   

아직도 아침이 안왔다.

열대야.... 밤이 너무 길다.

빨리 아침이 왔으면...

 

8am. 그냥 응급실을 갈 걸 그랬나 괜히 미련하게 참았나보다.

뒤늦게 체온을 재보니 38.5도.

아이도 열이 올라 38도가 넘어가도 잘만 놀던데 난 뭐람. 몸이 바보다.

몸을 일으켜 걸어보니 휘청. 앞이 모자이크처럼 깜깜해졌다가 다시 환해졌다.

엄마가 일찍 준비해서 9시 전에 병원에 가라고 채근하신다.

전날 삼계탕 해 주신 엄마 앞에서 참으로 무색해진다.

 

9am. 병원에 일찍 도착했다. 대기자 3명...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목이 잠기고 눈물이 핑돈다.

아프다 자세히 말하는 내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급성인후염 편도선염에 몸살이라 한다.

의사가 목 안 부은 지점에 약을 뿌리고 바르는데 도통 가만가만 얌전할 수가 없다.

영양주사를 맞겠다 했다. 아이 낳고는 회복에 영양제가 직빵이다.

바늘을 꽂고 한 2시간이 지났을까?

간밤 못 잔 잠을 다 잤다. 몸도 한결 가볍다.

 

4pm. 아이와 낮잠을 푹 잤다.

요즘 낮잠 한번 안 자고 버틴 체력이었는데 이렇게 무너지다니.

부었던 목도 가라앉고 이제 좀 살만 하다.

 

아이 감기가 1주일동안 지속되고 그 사이 남편도 감기에 걸렸다.

아이는 분수대 물놀이 탓. 남편은 아무래도 냉방병인 듯.

나만 정상이었다... 이미 과거형... 

한방에 와르르 무너지는구나. 그것도 급성으로.

그래도 하루만에 나았으니 다행이다.

아이와 남편은 아직 현재 진행형...

 

이상하게 친정만 오면 아프다.  

의식하지 않는 동안 긴장의 끈을 놓아버려서 그런건가.

엄마에게 참 미안하다.

의도치 않게 요새 잘 안쓰던 친정 투숙 쿠폰을 써야할 때인가.

남편에게도 미안하다.

 

 

한여름 감기 이제 안녕- 끝.

20130809@불광동 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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