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거나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책은 아닙니다. 한 페이지에 한 줄 정도 짧은 글이 민들레 꽃 그림을 배경으로 카피처럼 이어지는데요. 전개되는 스토리도, 반전도, 결말도 특별할 것 없는 그냥 민들레 꽃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글과 그림을 천천히, 느릿느릿 음미하고 되도록 소리를 내어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자신이 플레이 기능이 탑재된 기계라고 여기고, 최대한 느린 모드로요. 나지막이 나의 목소리로 책을 직면하는 꽤 괜찮은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며칠 전 서점에서 겪은 일입니다. 세상의 속도도 빠르고, 신간은 쏟아지고, 누군가는 계속 성장하고 변화하는데 그냥 저만 제 자리에 멈추어 있구나 싶더라고요. 뒤쳐짐의 느낌은 그저 사소한 감정이 아니라 무자비하게 피어오르는 진한 무채색을 잔뜩 머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