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하는 날에는 곁에 라디오가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말이 고픈게 아니라 침묵이라는 그 비어진 묵음 상태가 불안하고 두려운 것임을 안다. 심연의 저 끝 어딘가 어둠의 나와 닿을 때 정글의 늪 속으로 끝없이 빨려 들어가듯 남겨진 것이라곤 텅 비어진 화이트 노이즈. 지지직거리는 내 안의 목소리를 잠시 낮추고 커피를 내리고 라디오를 켜고 눈을 감아본다. 각기 다른 소리들이 마주치고 어울리고 지나가고 그 길 위에 새겨지는 글이 말이 되고 소리가 되어 한음 한음의 걸음걸음이 겸손하다. 누군가의 눈물이. 꿈이. 사랑이. 기억이 자욱하게 피어난다. 라디오를 켜면 나의 예전과 지금, 그리고 앞날이 그렇게 자욱하게 피어난다. 201300808 늦은 아침, 라디오를 들으며. 작사 원태연/작곡 신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