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애들 책상과 거실 책상만 쓸고 닦다가 먼지 뽀얗게 쌓인 채 어수선하기만 했던 내 책상을 정리했다. 버릴 것들을 솎아내면서도 절대 미니멀리즘은 못 되겠다 싶고, 뭘 이리도 이고 지고 못 버리고 사는지 한탄하다가도, 절대 버릴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 정리 의식을 치르다보니 하루 반나절이 다 지났다. 그러다 발견한 책 한권, 시 한 편. 글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정말 시는 주인을 찾아가는 걸까….? 류시화 시인의 명시모음집 [시로 납치하다] 중에 수록된 시 ‘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 평범한 사물들의 인내심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다, 그렇지 않은가? 찻잔이 차를 담고 있는 일 의자가 튼튼하고 견고하게 서 있는 일 바닥이 신발 바닥을 혹은 발가락들을 받아들이는 일 발바닥이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