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느림표를 지향했던 내게 돌아온 부메랑이었을까. 점점 빨라지는 세상의 시계와 속도를 거스르는 시간을 보내온 것 같아 서러움이 철철 넘친다.
잰걸음으로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꾹꾹 눌렀던 눈물샘이 터져 눈물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방울방울 터져버린 눈물도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이미 알았다는 듯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었던 건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왜 나만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 건지 그 언젠가 꽉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너무 한 번에 손에서 놓아버린 지난 날을 후회한다. 그건 내려놓음이 아니라 회피에 불과했음을 이제야 인정한다. 성숙하지 못했던 자아가 단단해지기까지 꼭 필요했던 단련의 시간으로부터 도망쳤던 그 때.
아이처럼 두 손으로 눈물을 훔치다 그러고 있는 내 모습마저 부끄럽다. 또 도망치고 싶은 내가 보인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마저 드러내기 싫은데 손수건도 휴지도 보이지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키친타월 두 장을 드르륵 뜯어내 눈물샘을 덮었다. 타월은 고인 눈물길 깊숙이 스며들어 흠뻑 젖어들고, 화장수를 가득 머금은 솜처럼 적당한 무게감으로 살포시 눈을 안아준다.
“엄마 눈 아파?”
“아니... 눈이 부셔서. 머리가 좀 아프네. 엄마 조금만 쉴게.”
푹 젖은 키친타월 안대를 하고 세상의 문을 닫고 어둠 속 고요하고 적막한 나의 작은 방으로 들어간다. 나만의 조용한 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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