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 log

잔나비 _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greensian 2018. 9. 4. 15:34

봄에 받아놓았던 책 소개 잡지를 오늘에서야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었다. 이따금씩 연필로 밑줄을 그어 가면서...

아, 그래 이 맛이었구나. 연필 끝이 종이 위에 맞닿아 내는 회색 소리를 듣는 맛. 언어 한자 한자 담고 싶어 줄이라도 그어보며 글맛을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움직임이 주는 즐거움. 한동안 도서관에서 잠시 빌려온 책을 보느라 밑줄 그어가며 읽는 맛을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 아무렇게나 책에 끼적일 수 있는 자유는 온전히 내가 소유한 책으로만 누릴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며...

친정에 묵혀둔 책장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운 책들도 집으로 가져와서 한 짐인데, 갖고 싶은 책이 자꾸만 늘어만 간다. 잡지에 새로 소개된 책 중에 만나고 싶은 책이 있는가 하면, 내 소유의 책들 중에 아직 끝을 보지 못한 책들도 많다 보니 분에 넘치도록 양다리 타는 사람처럼 욕심만 커져간다.

담고 싶은 글이 나올 때마다 종이 끝을 접어두고 아직 리뷰하지 못한 책도 많아서, 책들이 온전히 내 마음에 들어찬 기분이 나지를 않는다. 손에 책을 쥐고 있는 동안은 푹 빠져 있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쌓아둔 책들에 더 마음 써 주지 못함이 있어서 어쩐지 미안해진다.
거기에 리뷰를 머뭇거리고서 미루고 있는 마음까지 겹치고, 원했던 만큼 온전히 책 한 장이라도 담지 못했던 사정이 생기면 얼굴이 금세 화끈거린다. 하지 못했던 이유로 인해 결국 하고 싶었던 것에 틈이 생기면 왜 화라는 감정으로 드러나는지...

입학을 앞두고 잔뜩 움츠렸던 봄이 가고, 달달 달궈진 아스팔트의 여름방학을 지나, 어느덧 코앞에 가을. 다른 빛깔, 다른 공기로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준 계절이 지나고, 문득 선선한 바람이 이끌고 가는 새로운 계절 앞에 맞닿으려니 어딘가 어정쩡하고 어색한 기색이다. 숨고르기 힘들만큼 뜨거웠던 여름에 안녕하기를 그렇게 바랐건만 막상 보내고 나니 빈자리가 헛헛하다.

그런 심심한 맘을 달래고 싶은 걸까. 잔나비의 노래만 종일 반복해서 들은 지 2주째.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빈티지 사운드에 제대로 젖어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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