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 Lab Girl
호프 자런 글 | 김희정 역 | 알마출판사(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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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청나게 많은 이파리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직업이다.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질문을 한다. 제일 먼저 나는 색을 본다. 정확히 어떤 종류의 초록색인가? 위쪽이 아래쪽과 다른 색인가? 가운데가 가장자리와 다른 색인가? 가장자리는 어떤 상태인가? 부드러운가? 뾰족뾰족한가?잎에 수분은 얼마나 차 있나? 시들어서 축 쳐져 있는가? 주름져 있나? 싱싱한가? 잎과 줄기 사이의 각도는? 잎은 얼마나 큰가? 내 손바닥보다 더 큰가? 내 손톱보다 더 작은가? 먹을 수 있는 잎인가? 독소가 들어 있을까? 햇빛은 얼마나 받고 있나? 잎에 비가 얼마나 자주 내리는지? 병들었나? 건강한가? 중요한가? 하찮은 잎인가? 살아 있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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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한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_ 프롤로그 중에서 (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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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고, 내가 알고 있던 표지 그림과 달라서 원서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 표지를 넘기고, 헌사의 글을 보고, 헬렌 켈러의 말을 넘기고 만난 작가의 프롤로그.
그간 내가 탐한 건성건성 느린 걸음의 산책은 그저 겉핥기에 불과했다. 그 누구라도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초록이들에 대한 끝없는 탐구, 그 세계로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매혹적인 질문의 연속...프롤로그만 보고도 소장욕 돋는 책이라니!
천천히 읽고 완독하련다. 산책 나갈 때마다 갖고 나가서 보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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