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초승달
눈썹달 또는 손톱달...
음력 2020. 11. 2.
겨울저녁, 해거름을 뒤로 하고 또렷하게 새겨진 달빛 가장자리에 홀려 종종걸음을 멈추었다. 금빛이면서도 은은하게 날렵한 맵시의 선이 주는 존재감이란..손톱보다는 빛을 간직한 눈썹에 더 가까웠다.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생각했다. 뇌리를 맴도는 몇개의 낱말들 - 눈썹, 맑게, 씻어, 하늘...
서정주의 ‘동천’이었다.
갑자기 분위기 교과서 시 문학 - 상징성과 의미를 헤아리고(받아적고), 분석하고 밑줄긋고(알려주는대로) , 문학 선생님 말을 주워담느라 급급했던 - 시간이 소환된다. 문제풀이에 꼭 등장하는 시 꼭 있었지. 시를
있는 그대로 느끼기 보다는 공부하고 암기하느라 애쓴 시간들.
공부하는 시는 싫었지만 살다가 문득 이렇게 예고도 없이 시의 낱말 조각들이 맞춰지는 날도 오는구나 싶다.
원조 겨울감성 여기있었네.
*
동천
-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섭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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