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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세 가지 질문

greensian 2013. 7. 31. 00:44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것이다.

 

- 톨스토이 <세 가지 질문>에서...

 

 

#1.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과거 어느 날이었다.

열두시간 진통 끝에 하윤을 낳았던 날. 그 전이라면 처음 임신한걸 알았던 날.

또 그 전이라면 한편의 공연같았던 결혼식. 그보다 전이라면 첫 입사일.

그 전이라면 첨 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 날.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만남. 대학 입학일. 수능일. 고등학교 배정받은 날.

연합고사 본 날.  .... 내가 태어난 날.

수많은 나날 중 내 기억에 남은거라곤 단편적인 조각에 불과하다.

행복하고 설레고 사랑스러워서 기억하고 싶은 날이거나

혹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좋지 않은 기억이다.

어떤건 자동저장해 놓고 오래토록 유통기한 없이 영구보존하고 싶으면서도

어떤건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자동삭제 하고픈 충동이 일어

그 두 마음이 시시때때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는 거다.

 

톨스토이의 답을 그 때 알았더라면... 나는?

내 과거의 그 날들 어느 순간에도 나는 열심이었고 최선을 다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 - .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모든 순간에 그랬던 건 아니였던 것 같다.

 

"바로 지금" 이란 그의 말이 진심으로 와닿는 건,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 더는 의미부여 말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순간, 지금,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2.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아주 어릴적부터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정하던 습관이 몸에 깊숙히 벤 터라

나 아닌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저 사치 또는 그러는 척 가면을 쓰는 것이었다. 내게는.

아주 꽤 오랜시간 동안 그렇게 여겨왔다는 걸 최근에서야 고백하고

이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기계어가 나의 언어로 번역되어 들리고, 그녀의 말이 진심으로 들리고,

가까운 사람들의 말이 아주 조금씩 이해가 되고 있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함께 있고, 전화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사람이라는 것.

사람에겐, 정말, 사람이 다다.

 

 

#3. 가장 중요한 일도 나의 성공과 행복이었다.

병적인 자아 만족감과 성공에 도취되어 행복했던 혹은 행복한 척을 했던 나.

그게 내가 지금껏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일이다.

잠시, 톨스토이의 답을 보고 내 언어로 다시 번역해서 받아들일까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이렇게 고쳐 읽으니 '난 참 바보처럼 살았군요-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

과거 어느 날로 돌아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걸 가장 중요히 생각했다면

일도 사랑도 그저 힘들고 어려운 게 아니었다. 포기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나를 둘러싼 내 주변 모두를 조금만 더 마주하고 보듬어 줄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의 행복인 것을.

 

2013.04.18  3am

 

 

p.s

기존 블로그 HJ Note 글을 옮겨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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