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나무들이 무얼 하는지
번개 폭풍이 휘몰아칠 때나
여름밤 물기를 머금은 어둠 속에서나
겨울의 흰 그물 아래서만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지금, 그리고 지금-언제든
우리가 보고 있지 않을 때.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우리가 보고 있을 때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조금만 여행하기를 소망하며,
뿌리부터 온몸으로,
춤추지 않는다는 걸,
갑갑해하며 더 나은 경치, 더 많은 햇살,
아니면 더 많은 그늘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나무들은 그저
거기 서서 매 순간을, 새들이나 비어 있음을,
천천히 소리 없이 늘어가는 검은 나이테를,
마음에 바람이 불지 않는 한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음을
사랑한다는 걸,
물론 넌 상상할 수 없지
인내, 그리고 행복, 그런 걸.
- 메리 올리버「완벽한 날들」중에서...
...
아침 산책길에 "나의 사랑잎나무"를
또 들여다 보고 왔다.
군데 군데 초록 연잎들도 보이지만
대부분 노오랗게 익어가고
나무 윗 가지 쪽으로는
벌써 잎들이 비어진 자리가 듬성듬성하다.
매일 매일 그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는 거니
그거 참 재미없겠다
지나가는 나그네 주제에 참 건방졌다.
다 아는 척 내가 맞는 척 잘난 척
겉으로 드러나보이는 면면의 변화에
그저 감상 따위밖에 할 수 없으면서
한 곳 깊이 뿌리를 묻고
오랜 시간을 견디는 그를
참으로 얕게 보았다.
다른 그 모든 것들도 그 어떤 것들도
그렇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나 조차도
나를 그렇게 보고 있는건 아닌지
나의 사랑잎나무를 보며 나를 들여다본다.
20131024
Can You Imagine? _ Mary Oliver
For example, what the trees do
not only in lightning storms
or the watery dark of a summer’s night
or under the white nets of winter
but now, and now, and now – whenever
we’re not looking. Surely you can’t imagine
they don’t dance, from the root up, wishing
to travel a little, not cramped so much as wanting
a better view, or more sun, or just as avidly
more shade – surely you can’t imagine they just
stand there loving every
minute of it, the birds or the emptiness, the dark rings
of the years slowly and without a sound
thickening, and nothing different unless the wind,
and then only in its own mood, comes
to visit, surely you can’t imagine
patience, and happiness, like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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