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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_ 루이스 보르헤스

greensian 2013. 10. 22. 01:22

 

시간과 물결의 강을 주시하며

시간이 또 다른 강임을 상기하는 것.

우리들도 강처럼 스러지리라는 것과

얼굴들이 물결처럼 스쳐감을 깨닫는 것.

 

불면은 꿈꾸지 않기를 꿈꾸는

또다른 꿈임을,

우리네 육신이 저어하는 죽음은

꿈이라 칭하는 매일 밤의 죽음임을 체득하는 것.

 

중생의 나날과 세월의 표상을

모면 혹은 모일에서 통찰해 내는 것.

세월의 전횡을

음악 속삭임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에서 꿈을 보는 것

낙조에서 서글픈 황금을 보는 것.

가련한 불멸의 시는 그러한 것

시는 회귀하나니, 여명과 일몰처럼

 

이따금 오후에 한 얼굴이

거울 깊숙이서 우리를 응시하네.

예술은 우리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경이에 지친 율리시즈는

멀리 겸허한 초록의 이타케가 보였을 때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예술은 경이가 아니라 초록의 영원인 그 이타케

 

예술은 또한 나고 드는

끊임없는 강물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강물처럼, 본인이자 타인인

유전하는 헤라클레이토스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

 

 


어제 난

우리의 그 수많은 날들과 말과

남겨진 기억들, 기록들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우린 지금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물었다.

명쾌한 답이 없어서 그런지

아님 영원한 답은 없는거라 그런지

이 질문의 시작과 끝은 참 한결같다.

회전목마처럼 돌고 돌고 계속 돌고 도는 질문.

난 또 묻고, 또 찾으려 한다.

하지만 찾지 못하고 잠시 덮어둔다.

그리고 또 언젠가 또 꺼내고.

이런 지루한 패턴의 반복.

 

나의 이런 바보같은 질문에

그가 답한다. 

 

"시간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것, 자아를 부정하는 것,

별이 가득찬 우주를 부정하는 것은 겉으로는 절망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위로가 된다. 우리들의 운명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무서운 게 아니다. 그것이 무서운 이유는 돌이킬 수 없고

완강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나를 이루는 본질이다.

시간은 나를 휩쓸고 가는 강이지만 내가 곧 강이다"

                                                 - 보르헤스 「시간론」에서...

 

그리고 묻는다.

"만일 내가 죽으면 나와 함께 무엇이 죽고 세계는 서글프고

부서기지 시운 어떤 형상을 잃게 될 것인가?"

                                                 - 보르헤스 「목격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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